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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전화를 받는 기쁨

 올해도 어김없이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 대부분의 학교에서 제자없는 스승의 날을 씁쓸하게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학교에 따라 등교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있다 보니 등교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스승 존경보다는 입을 툴툴거리며 집을 나서고, 집에서 쉬는 학생들은 스승의 고마움을 가슴에 잠시 새기기보다는 친구들과 전화 연락을 통해 하루를 그냥 즐겁게 보내려는데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 교사들도 말 많은 세상 차라리 이렇게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낫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쁨과 보람을 적어도 스승의 날만이라도 가슴에 젖어보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고. 마치 세상의 부조리가 교사에서 비롯되는 듯 죄인 아닌 죄인처럼 하루를 우울하고 무겁게 색칠해야 한단 말인가. 최근 점점 스승의 존경  풍토가 사라지는 마당에 우리는 어디에서 사랑과 희망을 찾아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일부 어른들이 상식 이하의 짓을 한다고 꿈을 안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절대로 문도 열지 말고 아는 척도 하지말라고 불신을 가슴에 심어주어야 하는지 오늘 다시금 느낀다.

교사로서 울적하고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시골집을 찾았다. 어느 새 5월의 아카시아꽃 향기가 밀려오고 담장 너머로 송이송이 피어난 빨간 장미꽃이 활짝 웃고 있다. 이렇게 자연은 때를 맞춰 우리를 찾아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선물을 주곤 한다. 

 스승의 날 유난히 많이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가 전혀 짜증나지 않고 기쁘고 흐뭇하다. 분명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적어도 망설임 속에 작은 실천을 하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아직은 교직 경험이 16년 남짓이라 턱없이 짧지만 그래도 해마다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제자들이 곳곳에 있다는 기쁨과 보람을 핸드폰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우리 교사들은 행복하다.

나에게도 멀리 중국에 있는 제자의 전화를 비롯해 뮤지컬의 주인공을 맡았으니 꼭 공연보러 와달라고  조르는 제자, 같은 교육 동지로서 고마움을 전해오는  제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안부를 전해오는 제자, 12년이 넘게 국어 노트에 써준 "넌 할 수 있다.'란 글귀를 핸드폰에 저장하고 다니는 제자  등 조금씩 발전된 현재의 모습을 스승에게 자랑스럽게 보이고 싶어하는 제자들을 난 사랑한다. 또한 해가 바뀌어도 이메일을 보내주시는 학부모님의 사랑을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아픔과 상처도 아름다운 변화의 약과 치료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음식점에서 제자들과 저녁을 먹는데 옆 자리의 누군가과 고개를 갸웃갸웃 하다가 확신을 하듯 다가와 인사를 한다. '저, 선생님 맞으시죠? 저의 가슴에 처음으로 발길질을 해주신 담임 선생님. 난 술잔을 건네며 아직도 아픔이고 상처였니 미안하다고 술이 확 깨어 말했다. 순간 녀석은 진정으로 고맙다며 술잔을 받고 나에게 건넸다. 자기의 부모도 선생님처럼 무섭게 야단을 쳐가며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며 그날 선생님이 사준 아이스크림 맛을 잊지 못한다고.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스승의 날 나에게도 바람이 있다. 적어도 생일 잔치에 주인공이 없는 잔치는 어떤 까닭일지라도 의미가 없다. 일부의 지나침과 잘못으로 전체를 합리화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그들이 있어 5월의 자연은 푸르고 하늘은 맑고 고운 가 보다. 내년 스승의 날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맛보기 위해 오늘도 나는 열심히 성실히 나의 제자들과 눈을 마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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