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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스승의 날 국제전화 건 제자들

5월 15일(화요일). 외국에서 맞이한 스승의 날이었다. 교사에게 있어 일 년의 휴직이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은 교사가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이곳 필리핀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매년 ‘스승의 날’ 아이들이 내게 보낸 준 그 미소만큼은 영원히 함께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스승의 날’에 대해 이곳 현지인들에게 알려 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그 날 저녁 튜더(Tutor)에게 줄 작은 선물과 편지를 준비하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내 뜻이 워낙 완강하여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 때와 같이 제 시간에 도착한 튜더(Tutor)들은 수업준비를 하고 난 뒤 책상 앞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튜더에게 건네주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영문도 모르는 체 얼떨결에 아이들로부터 선물을 받은 튜더(Tutor)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누군가로부터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선물을 뜯어보며 좋아하는 튜더(Tutor)들에게 다가가 오늘이 한국에서 ‘스승의 날’이라고 말해주고 그 유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튜더들은 아이들이 준 선물과 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듯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평소보다 진지하게 수업을 시작하였다. 필리핀에도 매년 교육주간을 정해 ‘스승의 날’ 행사를 하고 있지만 거의 형식적이라고 하였다.

잠시 뒤, 한국에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스승의 날, 나를 잊지 않고 이곳 필리핀 바기오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나에게 제자들이 국제전화를 걸어 온 것이었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스승의 날’ 노래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순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아이들의 합창을 끝까지 듣고 있어야만 했다. 아이들의 국제전화요금을 생각지도 않고. 누구의 발상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이들 몇 명이 모여서 나를 위해 깜짝 쇼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전화로 들어보는 ‘스승의 날’ 노래는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노래를 듣는 내내 눈언저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이들과 통화를 하고난 뒤, 조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튜더(Tutor)들에게 해주었다. 그들은 믿어지지가 않는 듯 나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한 튜더가 부러운 듯 한국에서 선생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며 농담 섞인 말을 내게 던졌다.

가끔 이곳 현지인들 중에는 한국에서 영어교사를 꿈꾸는 교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에서의 교사들에 대한 대우가 이곳 현지보다 낫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교사라는 직업이 이곳 현지인들에게는 그나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교사의 봉급이 워낙 박봉이어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퇴근 후에도 가정교사(Tutor)로 특히 한국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흔히 볼 수가 있다.

한국에서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에 가끔 환멸을 느낀 적도 있었으나 몇 달 동안 이곳 필리핀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이곳 현지 교사들에 비해 난 얼마나 행복한 선생님인가를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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