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9시 30분. 학교 주차장에 대한적십자사의 붉은 십자마크가 선명한 헌혈차 두 대가 들어왔다. 학생들의 헌혈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수업 받기 싫어하던 녀석들은 좋은 핑계거리라도 만난 듯 너도나도 헌혈을 한다고 빠져나간다. 이 녀석들이 정말 헌혈을 하는지 어쩐지 뒤따라가 봤더니 버스 안은 이미 헌혈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이들의 밝은 표정에서 헌혈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예쁜 간호사에게 손을 맡긴 채 싱글벙글이다. 헌혈이 끝나자 맛있는 음료수와 과자를 받아든 녀석들은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혈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고귀한 한 생명을 살렸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담당자와 헌혈에 대해서 몇 마디를 나눴는데 사태는 심각했다. 로봇이 가수에 데뷔한다고 요란을 떠는 첨단 시대인데도 아직 혈액을 인공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물질은 개발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혈액은 살아있는 세포이므로 장기간 보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물질치곤 성격이 굉장히 괴팍한 편이란 것이다.
헌혈버스 내부 모습
헌혈을 끝내고...
아이러니 하게도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필요한 혈액은 급증하는데 반해, 헌혈 참여는 점차 줄어든다고 한다. 현재 수혈은 전적으로 헌혈에만 의존해야되는 상황이므로 이 같은 헌혈자들의 감소는 정말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통사고나 각종 질병 등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혈액은 급증하고 있는데 비해 건강한 혈액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필요한 양의 80% 정도를 학교의 학생이나 군인들이 제공하고 있어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참고로 헌혈을 하게 되면 새로운 피가 금방 생기므로 건강에 좋을 뿐더러 정확한 혈액형과 B형간염바이러스항원, C형간염바이러스항체, 간기능수치검사, 매독항체, 총단백 등을 무료로 검사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