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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신선의 마차가 거니는 강릉 경포대에서

- 동해안의 관동별곡(2)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오오...'
  내 마음이 호수처럼 넉넉하고 맑으니, 사랑하는 그대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라고 슬며시 고백하는 마음. 거울처럼 투명한 호숫가에 서서 떠오르는 은색의 달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포옹하는 연인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은 언어의 묘사가 필요 없는 한 폭의 그림이다. 

   


  두 연인의 마주잡은 손 사이로 달빛이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들 사이에는 어느새 다섯 개의 달이 묘려하게 떠오른다. 하늘의 달이 호수와 바다, 술 잔 속을 맴돌다가 애인의 눈동자로 곱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석양 무렵 현산의 철쭉꽃을 잇따라 밟으며,
신선이 탄다는 마차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리나 뻗쳐 있는 잔잔한 호수물이
흰 비단을 다리고 또 다린 것 같구나.
맑고 잔잔한 호수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이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하구나.

 


  새 깃으로 뚜껑을 만든 마차인 우개지륜은 신선이나 귀인만이 탈 수 있는 귀한 마차이다. 평범한 마차를 타고 경포호를 구경하는 것이 마치 실례라도 되는 양, 송강은 부러 우개지륜을 들먹여 경포호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군자호 혹은 경호라고도 하는 동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석호, 경포호. 예전에는 바다였지만 흘러내린 토사에 의해 바다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이별은 호수에게는 불행이었지만 인간에게는 다행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동해의 일출과 호수의 월출을 동시에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경포호는 하늘의 모습을 하늘보다 더 푸르게 비추는 거울 같은 호수이다. 또한 호수에 비치는 미인의 얼굴을 원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단다. 이 경포호를 낮은 언덕 위에서 말없이 굽어보고 있는 소담한 정자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경포대’이다. 그런데 이 경포대의 역사가 예사롭지 않다. 고려의 관리였던 박숙정이 인월사 옛터에 지은 경포대를 조선 시대의 강릉부사 한급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그만큼 경포호와 그 주변의 경치가 사람의 넋을 빼앗을 정도로 뛰어났던 모양이다. 아니면 경포대라는 건물이 주는 미학적 가치가 경포호와 너무나 잘 어울리기에 두 존재의 합궁을 감행한 모양이다. 아마 경포대와 경포호는 전생에 오래된 연인이었을 것이다. 월출을 바라보며 미래를 기약했던 연인들의 단골 장소가 경포대였으며, 별리의 아픔을 간직한 여인의 한이 고요히 스며있는 곳도 경포대였다. 그렇게 수 백 년 간 경포대는 경호를 바라보며 북풍한설과 춘향의 계절을 견디었던 것이다. 

   


  경포대를 제대로 즐기려면 춘 사월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호수 주변에 수많은 벚꽃이 있기 때문이다. 경포호 주변에 화려하게 핀 벚꽃은 자연이 주는 최대의 혜택이다. 더군다나 달이 뜨는 밤에 보는 벚꽃의 야경이란 그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훌륭한 경치를 쉬엄쉬엄 즐기면 그뿐이다. 거기에 향긋한 술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하면 더욱 좋고.
칠흑 같은 밤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른다. 달은 여인의 늘어뜨린 머리칼처럼 긴 여운을 경포호에 점점이 뿌리며 서서히 올라온다. 경포호에 비친 달빛은 달 탑이 되기도 하고 달기둥이 되기도 한다. 달기둥과 달 탑은 어느새 달 물결이 되어 호수를 적신다. 송강의 말처럼 경포호의 월출은 넓고도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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