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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디 워>의 괴물 ‘부라퀴’는 순우리말


8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기자시사회도 열렸기에 기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영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말들이 많다. 영화의 흥행여부 뿐만 아니라 감독의 학력의혹 등 영화와 관계가 없는 사항까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무튼 이 고조된 분위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복잡 미묘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한 것 같다. LA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 단서는 단 하나,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비늘뿐이다.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은 어린 시절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들었던 숨겨진 동양의 전설을 떠올리고. 여의주를 지닌 신비의 여인 세라(아만다 브록스)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무기의 전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전설의 재현을 꿈꾸는 악한 ‘이무기’의 무리들이 서서히 어둠으로 LA를 뒤덮는다. 여기에 이무기의 이름이 ‘부라퀴(Dark Imoogi)’이다. 이 ‘부라퀴’는 길이가 200m, 높이가 9m이며 식성은 잡식성으로 채식, 육식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다른 추종자들이 부라퀴를 섬기는 이유가 절대 악이라고 해도 좋은 만큼 이 괴물의 성격은 잔인하고 포악하며, 여의주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파워는 엄청 세어, 기다란 몸집으로 빌딩을 휘감고 도시 전체를 휘젓고 다니며, 꼬리와 날카롭고 거센 이빨로 보이는 건 무엇이든 부서뜨린다.

무성음의 억센 소리가 나는 이 괴상망측한 단어 ‘부라퀴’라는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을까 궁금하여 사전을 한번 찾아보았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부라퀴’는 몹시 야물고 암팡스러운 사람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었다. 사전에는

1. 야물고도 암팡스러운 사람.
2. 제게 이로운 일이면 기를 쓰고 덤비는 사람.

¶그는 부라퀴라 대하기에 만만찮다./그 부라퀴는 아무도 엄두도 못 내는 일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모내기를 끝내고 부라퀴처럼 두렁콩을 심겠다고….≪김정한, 축생도≫ ②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면 기를 쓰고 덤벼드는 사람. ¶그는 돈이 되는 일에는 부라퀴가 된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충격이었다. 그러고 나니 심감독은 <디 워>에 정방폭포나 낙안읍성 등 풍경을 담았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는 아리랑을 삽입하면서 한국적 색채를 가미했다고도 했다는 것의 의미가 더욱 살갑게 다가왔다.

"우리나라가 5000년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지만 중국의 ‘와호장룡’, 일본의 ‘라스트 사무라이’처럼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 영화가 없었다"며 "한국은 어글리 코리아, 북한은 전세계의 적 이런 식으로 표현될 때 가슴이 아프다.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고 말했을 땐 영화보다도 심형래 감독이 더 궁금해 졌다. 스크린쿼터 축소 때문에 한국 영화 다 죽는다고 걱정하며 데모하던 때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한국 영화가, 그것도 한국의 개그맨이 만든 영화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고향 미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괴물’도 100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하여 만족했는데, 오는 9월 14일15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개봉한다니!

<디 워>는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이게 가능할까?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이야기이기에 절로 관심이 갔고 궁금증이 더해갔다. “우리나라 영화라고 못할 게 뭐 있나?"라고 심형래 감독은 말했지만 하나의 일이라도 몰두해본 사람은 다 안다. 세상에는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이건 영화 이야기 이전에 ‘인간승리’의 이야기이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할 다음 세대에게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교과서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는 신정아, 이지영의 학력 위조 사건에서 말해주듯 기득권에 대한 벽이 무척 높다. 개그맨인 심형래 씨가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모두들 개그를 보듯 먼저 웃는다. ‘영구’에 관련된 영화라면 그 자체가 개그이므로 그래도 봐준다. 그렇지만 그 영역을 벗어나서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보란 듯이 꾸짖는다. 그게 우리나라의 정서이고 주위분위기이다.

그래도 그는 성공하여 '신지식인 1호'라는 칭호까지 얻었지만 그 후 혼미에 빠졌다. 이 영화는 오랜 세월 동안 ‘나온다, 안 나온다. 성공이다. 실패다. 사기꾼이다. 아니다. 등 그의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는 한쪽 볼이 마비되는 고난과 역경과 좌절을 극복하고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 SF 영화를 선도하는 <디 워>를 만들어 냄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부차적이다. 신은 하나의 일에 몰두하다 실패한 자 역시 사랑하기에 ‘해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성공하였다. 심형래 감독이 던진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
"우리도 직접 미국에 가서 직배 때리고 그래야 하지 않겠나."

영구 만세! 심형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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