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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푸르청청한 바다와 계곡이 품속으로, 안적사 계곡

- 산, 바다,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여름철에는 아무래도 물놀이가 제격이다. 쟁명하게 내려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푸르청청한 물속으로 몸을 담근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쾌청한 물속으로 쑥 들어가는 순간, 온 몸에 진득하게 붙어있던 소금 땀이 일시에 녹아내리고 엄지발가락에서 정수리 머리털까지 냉기가 찬란하게 몰려온다. 어, 시원하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면서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느꼈던 포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년 여름이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이 물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바다로 계곡으로 몰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용한 휴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여름이 무척 싫을 수도 있다. 계곡은 계곡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들로 옥작복작거리기 마련이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더미와 바가지요금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저 조용하고 깨끗한 곳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놀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지. 그런 휴가지라면 시쳇말로 정말 짱인데 말이다.

  그런데 부산시 기장군에 가면 이런 짱이라는 이야기를 들음직한 휴가지가 하나 있다. 이곳은 송정해수욕장에서 불과 20분의 거리에 있는 깊은 계곡인데, 흔히 안적사 계곡이라고 불린다. 이 안적사 계곡은 부산 사람들이나 기장 사람들도 잘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처음 가본 사람은 이런 데가 있었느냐고 감탄할 정도로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곳이기도 하다. 그것도 도심과 아주 가까운 곳에 말이다. 

   


  이 안적사 계곡으로 가는 길은 무척 수월하다. 우선 송정해수욕장 입구를 지나 기장 방향으로 10여분쯤 계속 직진한다. 그러다가 첫 번째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게 되면 안적사 3.2km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러면 이제 이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계속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동차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수풀사이로 천연덕스럽게 웅크리고 있는 널따란 저수지를 하나 만나게 된다. 이 내동저수지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인공적 성격이 다소 강한 곳인데, 무엇보다 붕어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것도 잔챙이 붕어가 아니라 적어도 30cm급 이상 되는 월척을 낚을 수 있는 저수지이다.

  저수지를 지나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작은 계곡이 하나 나오는데 이 계곡은 장산 줄기에서 내려오는 물길이다. 기실 안적사 계곡은 장산 줄기에 의해 형성된 곳인데, 좌동 신시가지 대천공원 쪽 계곡이 다소 웅장함을 자랑한다면 이곳은 아담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주는 계곡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 계곡 근처에 텐트를 치고 본격적인 야영준비를 하면 2박 3일간의 황홀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셈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 안적사 계곡은 도심과 멀지 않다는 것이 일단 최대의 장점이다. 그것도 송정해수욕장이라는 대규모 해변이 가까이 있어, 바다와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천혜의 휴가지이다. 어디 그뿐인가? 바다와 계곡에서 실컷 놀다가 먹을 것이 생각나면 기장군 대변항과 연화리 쪽으로 달려가 각종 회와 해산물, 붕장어 등을 실컷 먹을 수 있으니, 고스톱 식으로 이야기하면 ‘일타 오피’를 친 셈이 된다. 이런 좋은 곳을 두고 뭐하려고 외국으로 여행을 간단 말인가?

  이 안적사 계곡의 또 다른 볼거리는 당연히 안적사라는 절이다. 내동 저수지에서 안적사까지는 비포장도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굳이 차를 이용하겠다면 절 입구까지 차를 몰고 갈 수는 있다. 그러나 길이 워낙 험해 잘못하면 차 밑바닥이 상할 우려가 있으니, 가벼운 등산을 하는 기분으로 쉬엄쉬엄 한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자. 그러면 작은 계곡을 옆에 낀 조용한 사찰을 만날 수 있다. 

   


  안적사는 기장군에서는 장안사와 용궁사에 버금가는 규모의 사찰인데, 두 절에 비해서는 지명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그러나 절의 역사는 멀리 신라시대 원효대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도 하나 전해져 온다. 그리고 이 안적사에서 장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등산로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 등산로가 또한 기가 막힌 곳이다. 한 두 시간 정도 천천히 올라가면 어른 키 높이만한 억새밭을 만나게 된다. 그 유쾌한 억새들의 몸놀림에 취해 잠시 땀을 식힌 후, 정상으로 올라가는 8부 능선으로 접어들면 발아래에서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발씬발씬 웃고 있다.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어찌 그리 시원한지.

  내친 김에 정상까지 올라가서 아래를 쳐다 보라. 바다 위를 달려 나가는 광안대로가 일품의 경치를 자랑하며 유유히 바다 위에 떠 있고, 정상 근처 군부대의 철조망 속에 갇혀있는 기암괴석들이 마치 거대한 수석처럼 보일 것이다. 다시 눈길을 동백섬 쪽으로 돌리면 푸른 바다가 하늘과 맞닿아 있어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의 하늘과 바다는 온통 에메랄드빛일 뿐이다.

  


  사실 이 계곡은 필자에게는 일종의 요양원 같은 곳이다. 사회생활에서 발생한 문제로 머리나 육체가 피곤하면 필자는 어김없이 이 곳 안적사 계곡으로 달려온다. 그리곤 작은 낚싯대 하나를 물에 드리우고, 고기가 물건 말건 그저 조용히 호수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것이다. 그렇게 두어 시간 앉아 있다 보면 스트레스는 하루살이 곤충처럼 힘없이 나가떨어지게 된다. 참 오면 올수록 정감이 가는 무척 사랑스런 곳이다.

  계곡 여기저기에는 자연 농원이 몇 군데 있어 숙식과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도 있으며, 아담한 유료낚시터도 있어 제법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계곡이면 계곡의 멋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안적사 계곡’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면 아마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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