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이다. 오늘이 광복절 62주년이란다. 이곳 천안에서 교원 우표연수를 받는 연수일정 중에 독립기념관 참관 교육프로그램이 있어 광복절을 즈음하여 독립기념관을 찾게 되었다. 46년 암흑을 벗고 새 날이 열림을 기념하여 마련된 성스러운 자리에 광복절에 맞추어 와서보니 젊은 윤봉길의사를 조국독립의 신성한 제단으로 떠나보내는 김구선생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100만 관동군을 두려움에 떨게했던 만주의 큰 별 백야 김좌진의 질풍노도하는 질타가 들려오는 것 같은 환청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독립기념관이 처해있는 위상을 생각해보니 독립을 위해 초개와 같이 한 몸을 바쳤던 조국영령 앞에 마냥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이었다.
광복 62주년, 독립기념관 개관 20주년행사가 충혼탑앞에서 다채롭게 벌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 행사라는 것의 대부분이 신성하고 엄숙해야 할 자리, 역사를 돌아보고, 우리를 가다듬어야 할 민족 성지인 이곳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2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독립기념관은 언제부터인가 잊혀진 곳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해마다 유료관람객수가 급감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러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물놀이 기구를 만들어 놓고, 중국 곡예단을 불러 공연을 하고, 유명 가수들을 불어 이벤트를 마련한 모양이다. 충혼답 뒤에 어린이들을 위해 급조한 물놀이 시설이 있었다. 이 물놀이 시설중에 물미끄럼틀에는 많은 어린이도 아니고 유아 한명을 위해 독립기념관 직원이 수도호스를 들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오호 통재라! 모든 것이 내 탓이다. 2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교육자 탓이다. 미래 민족의 동량지재를 키워내야 할 학교에서도 언제부터인가 현장학습지로 독립기념관은 멀리하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우선 독립기념관에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기구가 없다. 또 인내심이 부족한 요즈음 아이들 많이 걸어야 한다. 독립기념관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현장학습 장소로 교육수요자님들이 환영을 하지 않으신다. 학교가 이럴진대 하물며 가정에서는 말 할 것도 없다.
독립운동가는 3대가 빌어먹고 친일을 한 민족 반역자들은 대대손손 호의호식하는 나라, 친일로 벌어놓은 재산을 찾게 해달라고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하는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니 누가 독립기념관을 찾게는가? 이래서는 안 될텐데. 이건 정말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선열들에게 마냥 죄스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