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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찾기, 「빠꾸와 오라이」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가 되니 게으른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삼가게 되는 이때에 무료함을 달래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기에 소개해 본다.

언론지상에 가끔 소개가 된 황대권이 지은 「빠꾸와 오라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감옥에 있을 때 여동생 선에게 대화형식으로 공책에 사전을 봐가며 찾아낸 일본말 240여개를 어원을 밝혀가며 책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책의 내용과 읽은 소회를 말하기에 앞서 지은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본다. 황대권은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구미유학생 간첩단이라는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출소 후 영국으로 건너가 농업생태학을 공부하였고, 현재는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과 교육위원장으로 생명평화 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생태 공동체와 농업에 관한 글을 지속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인물이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계기는 모 방송국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권장도서로 소개된 「야생초 편치」라는 감옥에서 들꽃과 야생초를 재배하며 겪은 감상과 소회를 적은 책이 인기를 얻으며 널리 알려졌다.

「빠꾸와 오라이」를 읽게 된 계기는 고향에 내려가면서 라디오를 듣게 되었는데 아나운서와 필자가 대담을 나누는 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지은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실제로 적은 일기를 소개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누가 일부러 만들어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실제 적은 일기로, 그 내용 중에서 일본말만 20여개가 무시로 튀어 나왔다. 그것도 저자만 특별히 쓰는 말도 아닌 60년대 당시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수시로 쓰는 일본말들이었다.

"(전략) 만날 늦잠 잔다고 쿠사리(면박, 꾸중) 듣던 나는 의기도 양양하게 식구들을 모두 깨웠다. 할아버지는 "우리 대권이가 이찌방(첫 번째)이로구나"하며 칭찬해주셨다. (중략) 다라이(함지박)에 물이 조금밖에 없으므로 샤꾸(바가지)로 물을 조금 떠서 뽐뿌(펌프)에 넣고 영차영차 뽐뿌질을 했다. (중략) 화장을 대충 끝내고 난닝구(런닝 셔츠).빤쓰(팬티) 위에 메리야스(윗옷) 내복을 입으니 어머니께서 아침 밥상을 들여오셨다. 얼른 독꾸리(목 있는 윗옷) 하나를 더 걸친 다음 밥상에 달라붙었다." (후략)

나오는 내용 중 몇 가지만 추렸는데 굵은 글씨로 표기한 것이 그것이다. 30대 중반인 리포터가 보기에도 다 해석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았다. 지금까지도 고향에 계신 어머니나 아버지가 사용하는 단어인 관계로 귀에 익힌 단어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말 속 일본말의 잔재가 얼마나 심한가 하면 아기에게 밥을 줄때 쓰는 단어인 '맘마'나 금기를 표시할 때 쓰는 '찌찌'라는 말이 그것을 웅변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일제 36년의 역사가 우리말을 얼마나 심하게 오염시켰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흔히 쓰는 일본말 중에서 지금까지도 애용(?)하고 있는 단어를 순서 없이 나열해 보면,
과자로 센베이와 웨하스, 아이스크림으로 께끼와 케이크, 당구에서 수시로 사용하는 일본말들(히네루, 다마 등), 물건 담는 가마니, 상자를 뜻하는 보루바꼬(board box의 일본식 발음), 남포(lamp), 병따개인 깡기리와 깡통인 간스메, 야구방망이를 뜻하는 빠따, 물담는 큰 그릇인 다라이, 주유소에서 잘 쓰는 입빠이(가득)와 엥꼬(고장 나다 인데 바닥을 드러내다로 씀), 난닝구와 빤쓰, 세라복, 와이쌰쓰(화이트 셔츠를 일본식 발음으로 한 채 발음도 생략시켜 생긴 말), 무데뽀(막무가내), 음식인 돈까스(포크 커틀릿)와 비후까스(비프 커틀릿), 과거 버스탈 때 안내양이 동전으로 벽을 두드리며 쓰던 빠꾸(back)와 오라이(all right) 등 무수히 많다.

오늘은 561돌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은 말로 표현할 필요 없이 우수하다. 그러한 한글이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정체모를 외계어들에 의해 그 자리를 야금야금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에 못지않은 잘못된 일제문화의 잔재로 인한 우리말의 왜곡 또한 심각한 지경이다. 이제는 그 대상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물론 세계화가 도도한 물결이 흐르는 이때에 우물 안 개구리 마냥 내 것만이 소중하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세계인과 교류하여 우리의 언어를 풍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가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우리 한글이 주체성을 가지고 외래문화의 좋은 점을 취사선택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채'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글날을 맞아 한 번 권하고 싶은 재미있는 책이다. 부담 없이 하루만에도 읽을 수 있는 양서이기에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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