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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붕장어 냄새 가득한 연화리, 월전 앞바다.

- 그곳에 가면 걸리버의 신발도 볼 수 있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 가면 꼼장어 구이로 유명한 먹거리 골목이 있다. 정확한 명칭으로는 먹장어라고 불리는 꼼장어는 턱이 없고 입이 흡반 모양처럼 생긴 원시어류로서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꼼장어는 내장이 다 없어지고 살덩이만 남아도 꾸물거리는 것이 다소 엽기적이기도 하다. 허나 양념에 배인 꼼장어를 한 입 먹으면 그 들큼하면서도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장어는 그 생김새가 가늘고 길게 생긴 어류로써, 언뜻 보면 뱀처럼 생겼기 때문에 예전에는 먹지 않고 버리는 고기였다. 그런데 근세 들어 장어류에 대한 요리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인간이 먹는 장어의 종류는 크게 보아 네 종류라고 한다. 민물장어, 먹장어, 붕장어, 갯장어가 그것인데, 부산 자갈치 시장이 이 먹장어(꼼장어)로 유명하다면 기장군 연화리라는 곳은 붕장어 구이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기장군 대변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가다보면 도로변에 횟집, 장어구이집, 순두부집, 칼국수집 등 온갖 종류의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연화리로 가는 입구는 이들 먹거리 타운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연화리에도 역시 다양한 음식점과 횟집들이 있는데, 특히 붕장어(일명 아나고)를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음식점들이 눈에 많이 띈다.

연화리는 동해안의 전형적인 어촌인데, 주말이 되면 붕장어를 먹기 위해 부산경남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러나 진짜 붕장어 구이를 먹으려면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서 월전마을이라는 곳에 도착해야 한다. 일단 월전마을의 입구에 도착하면 구수한 붕장어 냄새가 코 안으로 스름스름 들어온다. 그 들쩍지근한 냄새를 맡는 순간 입 안에는 어느새 침이 가득 고이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바다 옆에 자리 잡은 노점으로 향하게 된다.




돗자리가 펼쳐진 바닥에 엉덩이를 주저앉히고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면, 푸른 물이 바로 눈앞에서 일렁이고 있다. 곧 이어 아주머니가 숯불이 발그대대하게 피어오른 화덕과 붉은 양념장, 그리고 알맞게 잘려진 생 붕장어를 가져온다. 그러면 생 붕장어를 양념장에 푹 찍은 후 화덕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붕장어를 굽는 것도 재미있거니와, 소주 한 잔을 입 안에 홀짝 털어 넣은 후 잘 익혀진 붕장어를 씹는 맛은 한마디로 ‘따봉’이다.

그리고 월전마을에는 마을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어떤 이장님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이장님은 요 앞 도로에서 음주단속을 하오니 조심하시라는 방송을 수시로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는데, 그래야 다음에도 안심하고 붕장어를 먹으러 올 게 아닌가? 그런데 하루는 경찰아저씨들이 마을 이장님에게 그런 방송을 내보내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장님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귓속말로 음주단속 한다고 알려주기도 했단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수고하셨던 멋진 이장님이 아닐 수 없다.




연화리 입구에 가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떡 버티고 있는데, 그 건물을 보고 있으면 잠시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건물을 짓겠다고 결심한 집주인과 둥글게 말린 곡선을 만드느라 고생한 건축 기능공들의 노고에 그저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이 건물은 걸리버의 신발을 연상시키는데, 그 생김새의 특이함으로 인해 오고가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일시에 사로잡는다. 인근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멋진 건물이다.


월전 마을에서 붕장어로 미각을 충족시킨 후, 이 걸리버의 신발 속으로 들어가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칵테일은 마주앉은 그대의 연인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지금 당장 연화리로 달려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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