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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朝令暮改식 정책이 춤을 춰서야


흔히 쓰는 말 중에 朝令暮改라는 말이 있다. ≪사기≫의 〈평준서(平準書)〉에 나오는 말로 아침에 명령을 내렸다가 저녁에 다시 고친다는 뜻으로, 법령을 자꾸 고쳐서 갈피를 잡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말을 확인해 주는 일이 요즘 들어 교육계에서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엊그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원 임용시험 규정을 일주일 만에 변경하여 논란을 일으켰다(연합뉴스, 2007.11.6. 기사참조). 기사를 보면 영어 인증시험 가산점에 대해 재공고를 해서 수험생들에게는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해놓고는 올해부터 적용한다고 하니 응시생과 학부모들이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산점 0.1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판에 토익․토플․텝스 등은 최대 2점의 가산점을 주지만 TSE 등의 영어 인증시험은 말하기․쓰기 능력을 평가해 난이도가 높은 점을 감안, 최대 30점의 가산점을 줘서 많은 수험생들이 점수를 따기 위해 많이 매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공고 규정에 따라 12월에 시험을 보기 때문에 시험 실시 20일 전에 변경 공고하는 것은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그 점수를 따려고 수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수험생에게는 실로 날벼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유 있는 불만과 항변이다.

사례는 조금 다르지만 모 교육청에서는 무슨 사정인지 몰라도 교사 임용시험에서 선발 인원수를 하루아침에 늘려서 공고하는 촌극도 있었다.

어디 이런 일만 있던가?
정권 말기로 다가감에 따라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교육부에서는 중요 정책 결정을 다음 정부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어 행정 공백과 함께 행정의 일관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연합뉴스, 2007.11.5. 기사참조).

특히 10월 30일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공청회에서 발표된 '유치원 취원 연령 대상 확대' 방안에 대해 보육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대되자 '참여정부에서는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정책적 판단을 다음 정부로 미룬 것이 그 실례다. 이익집단의 반발이 무서워서 지례 겁을 먹고 포기한 것이다.

유치원 취원 연령 확대 방안은 생애 초기 교육지원 확대, 보육문제 해결 등을 위해 현행 3~5세인 취원 연령을 0~5세까지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치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보육업계 종사자들은 이 방안에 항의해 공청회장을 점거하고 결국 시작 10여분 만에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교육부는 공청회 당시에도 "공청회 안은 연구진의 의견일 뿐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하여 무마하려 할 뿐이었다고 한다.

특목고 정책은 또 어떤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종합대책과 관련해서도 "특목고 제도 폐지 등의 문제는 내년 6월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특목고 폐지 유보' 배경은 교육부가 10월 29일 전국 시․도 교육감회의를 열고 "외고 등 특목고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 충분한 여론수렴과 연구를 거친 뒤 내년 6월 결정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가시화됐다.

그동안 입시명문고로 변질된 일부 외고 등을 초ㆍ중등 사교육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수개월에 걸쳐 대책을 검토해 온 교육부가 '특목고 폐지 여부' 등 핵심 사항에 대한 결정을 사실상 유보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로스쿨 총 정원 2천 명 결정 과정에도 그 난맥상은 여실히 드러났다. 처음에는 1천 5백 명으로 보고했다가 국회의원과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자 슬그머니 2천 명으로 증원한 것은 고무줄 정책의 결정판이다. 1천 5백 명이든 2천 명이든 간에 그 숫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없다고 하고, 단지 법조계 밥그릇 지키기 위한 의견에 충실히 따랐음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물론 정권말기의 변혁기에 큰 틀을 바꾸는 정책을 입안하여 추진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부담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정책이 이전에 미리 계획된 정책이었고,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생활밀착형 정책이었다면 좌고우면 할 필요가 없다. 소수의 특정 이익단체가 반발한다 하여 우왕좌왕하다 보면 행정기관의 정책 신뢰성과 일관성은 의심받게 되어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할 것이다. 나비효과처럼 정책 결정하는 부서가 흔들리면 국민은 진도 7의 强震 속에 내몰리게 된다.

더불어 정책이라는 것은 보통사람들이 사전에 예측가능하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히 추진해야 한다. 행정기관 내부에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법률상 적법하다 해도 느닷없이 규정을 바꾸는 것은 무리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유예기간이나 유보기간을 두는 것이 아닌가. 특히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발생시키는 행정행위를 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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