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어렵고 지루하다구요? HOT와 핑클이 아이들 문화의 전부니까 그렇죠. 그래서 교사들이 오페라단을 만든 겁니다. 생활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라는 걸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8일 국립중앙극장 소극장에서는 힙합과 댄스로 대변되는 청소년 문화에 반기를 든 교사들이 일대 사건(?)을 벌였다. 전국 중·고교 음악교사들이 만든 '한국 교사 오페라단(대표 )'이 창단공연으로 '오페라속의 오페라(원제:오페라연습 Die Opernprobe-A.Lortzing作)'를 무대에 올린 것. 상업적인 TV방송때문에 특정 음악, 일부 10대 가수만을 '청소년 문화'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교사들은 쉽고 재밌는 오페라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교사 오페라단'. 고태호 교사(지휘·경기 정발고 교사)는 "아무도 아이들을 위해 오페라를 공연하지 않는 편협한 문화적 환경을 깨는데 용기와 냈다"고 설명했다. 1년여 준비 끝에 처음 올린 '오페라속의 오페라'는 숙부가 정한 결혼이 싫어 집을 나간 젊은 아돌프 남작이 반한 어느 백작 딸이 원래의 약혼자였다는 간단한 내용의 희극.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등장인물 8명에 50분 길이의 단막물을 택했다. 특히 대사를 우리말로 번안해 이해를 도우면서 레시터티브(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부분) 중간중간 '울트라 캡숑' '감 잡았스' 등의 유행어를 섞어 폭소를 자아냈다. 학생들의 반응 역시 '울트라 캡숑'. 공연 때마다 표가 매진될 정도였다. 재밌고 친근한 극 구성 탓도 있지만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놀라는 표정이다. 경기 상탄초 이유경(13)양은 "열심히 연기하는 선생님이 꼭 딴사람 같다"며 "우리 선생님이 나와서 더 재밌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결성해 현재 20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는 '교사 오페라단'의 오늘 공연은 시간과 돈의 벽을 '열정'으로 딪고 올린 무대. 모두 성악이나 음악교육을 전공했지만 오페라는 처음인데다 시간도 촉박해 연습은 강행군으로 계속됐다. 인천, 양평, 수원 심지어 전북 군산까지 근무지가 다른 교사들은 퇴근 후 매일 일산 정발고에서 밤10시까지 연습을 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오페라에 후원이 있을 리도 없었다. 무대세트와 의상을 자체 제작하거나 알음알음으로 빌려 비용을 최소화했어도 거액이 들어가는 오페라. 교사들은 호주머니 돈을 털어 공연비용을 마련하면서도 후원을 거부했다. 공성수 교사(인천 명신여고·남작 役)는 "초대권, 할인표를 남발하는 현재의 극장가가 아이들에게 '공짜문화'를 심어준다"며 "제 값을 내고 문화를 당당하게 즐기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도 이번 공연의 의미"라고 밝혔다. 막이 내리고 환호하는 제자들의 얼굴을 보며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는 교사들. '애들 돈으로 엉터리 오페라 올린다'는 소리가 싫어서 이를 악물고 고생한 몇 개월이 꿈처럼 느껴진다. "어렵게 올린 오페라를 아이들이 즐겁게 봐 줘 무엇보다 기뻐요. 그리고 그 아이들만큼 제게도 정말 멋지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오혜원 교사(경기 대화중·한헨 役)의 말처럼 모든 단원들은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느꼈을 지 모른다. 그리고 오페라의 막은 이제부터 열린다고 강조한다. 박유철 교사(여주 강천중·요한 役)는 "내년 2월에는 비극 팔리아치가 무대에 오른다"며 "오페라가 청소년 문화로 자리잡을 때까지 우리들의 노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趙成哲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