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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2002 대선 교육공약 진단> 초중등 교육 및 교원정책

이 "교장중심 학교운영", 노 "학운위 기능 강화"


#교육관, 학교관, 교육정책관

이 후보는 우리 교실이 붕괴되었다고 진단한다. 붕괴된 교실과 학교를 살려 학생들에게 인성과 창의성을 조화롭게 향상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학교를 살린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자율과 책임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일선 학교, 지역 교육청, 그리고 대학 경영을 자율화하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 학교 정보 공개 제도를 도입하고 학교에 대한 사후 평가도 실시한다고 한다.

노 후보는 국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을 형평성과 자유의 확충, 그리고 연대와 협력의 가치 강조로 설정했다. 교육의 형평성은 소외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 차별 시정 정책을 강조한다. 자유는 개인의 성장 기회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교육에서 자유를 보장하면 형평성이 깨질 수 있다. 이 후보는 연대와 협력을 세 번째 가치로 강조함으로써 자유와 형평성 원리간의 갈등을 절묘하게 봉합했다.

#사교육비
두 후보 공히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 후보는 사교육비 부담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고, 노 후보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모두 학교 교육의 내실화 혹은 정상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학교에서 대학입시와 관련된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중등학생이 학원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예체능, 컴퓨터 등 방과후에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에 외부 전문가를 초빙, 이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학교 영어 교육을 강화하고, 원어민 강사를 초빙하겠다고 한다. 결국 사설 학원에서 이루어졌던 입시 준비 교육과 각종 예체능 및 컴퓨터 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 전문가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과 과외 교육과정, 정교 교사와 외부 강사간의 관계를 비롯 국가 재정을 입시준비 과외를 위해 지원하는 등의 명분 문제, 그리고 학교 경영 문제 등과 같이 대단히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것에 대한 해결 방안이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공교육을 살린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자초할 위험도 있다.

노 후보도 학교 교육을 내실화, 정상화함으로써 사교육비 수요를 줄이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고교 평준화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양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보완하며, 대입 제도를 개선하고, 초·중등 학생 기초 학력을 보장하고, 특기 적성 교육을 활성화하며, 취약 계층에 대한 특별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노 후보의 방안은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사교육비 문제는 보다 좋은 대학에 자녀들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기인한다.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에 도움이 안되면 다양한 교육과 특기 적성 교육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노 후보는 대학별 전형 방법 다양화를 장려한다. 그렇다면, 중등학교 교육 내용과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고등학교 평준화를 유지하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학부모들은 다시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단위학교 경영

두 후보 모두 교육부의 권한을 대폭 지역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이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학교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와 책임을 묻는 장치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있다. 이 후보는 '학교장' 중심의 단위 학교 책임 경영제를 확립하겠다고 한다. 학교를 학교장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학교 운영 및 교육에 관한 정보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학교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대신 사후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국민기초학력보장제 도입도 책무성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학교경영에 대한 책임을 일선 학교에게 지운다면, 책임 소재가 문제가 된다. 학교장 중심 책임경영제는 학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학교장 권한의 대폭 강화가 전제된다.

이는 현행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 변화를 의미한다. 전교조가 교무회의 의결기구화와 학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학교장중심 책임경영제는 대단히 의욕적인 공약임에 틀림없다. 이 후보는 자율적 학교 경영에 대한 책무성 보장 장치로 학교 정보 공개와 사후 학교 평가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국가 수준의 학력 평가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국민기초학력보장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도 주목을 끈다.

노 후보는 지난 11월 15일 한국교총 주최 전국교육자대회에서 '실력주의 사회,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단위학교 및 교사 중심 자율적 운영'의 세 가지 교육 원칙을 밝혔다. 노 후보는 또 "학교 교육을 살리는 길은 교원들에게 힘을 실어드리는 일"이라며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크게 신장시키겠다고 밝히고, "지금처럼 교육부, 시·도, 시·군·구 교육행정의 중층 구조에서는 교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 실정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및 예산 전반에 걸쳐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교직원 인사, 학교 재정 등에 상당한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학운위는 구성원들의 결정에 따라 의결기구도 될 수 있고, 자문기구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경우, 자율적 학교 경영에 대한 책무성을 묻는 장치로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초·중등학생의 기초 학력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그것이 기초 학력에 대한 국가 수준의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
두 후보의 입장은 비교적 분명하게 갈린다. 노무현 후보는 현행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쪽이다. 평준화를 해제하면 입시 지옥과 명문고, 연고주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대폭적인 보완을 주장하는 쪽이다. 이 후보는 고교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운영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그리고 대안학교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특목고 확대는 한나라당 공약집에는 빠져있어철회한 것으로 보임) 노 후보도 특성화 고교와 특목고를 확대하되, 본래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대폭적인 확대의 입장을 보이지만, 노 후보는 유보적이다.

이 후보는 건전한 사학의 경우, 원하는 학교는 자립형 학교로 개편하겠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는 학교간 경쟁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이 후보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가 학교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그리고 수요자의 요구를 존중하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교 평준화 틀 해제로 귀결될 것이다. 이 후보의 평준화 기조 유지의 약속은 다양한 학교의 설치 확대의 속도에 따라 언제 깨질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고교 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노 후보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평준화와 다양화는 같이 가기 어려운 방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학 입시 제도를 대학 자율로 맡기게 되면, 학생들은 가고자 하는 대학에 맞추어 공부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 운영의 다양성 그리고 이를 위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변화와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변화와 학부모 및 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면, 노 후보가 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유아교육
영유아 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현안은 유아교육법 제정 문제다. 현재 3-5세 아동의 교육과 보육에 관한 법률적 기반이 다르고, 행정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유아교육기관과 유아교사 양성기관간 이해가 대립하고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두 후보 모두 법 제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노 후보는 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함으로써, 확답은 피했으며 이 후보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5세 아동의 교육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무상 교육을 약속하고 있다. 이 후보는 5세 아동의 무상 교육 및 보육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노 후보는 5세아의 교육을 기간 학제에 포함시키고, 임기 3년 안에 만 5세 아동의 무상 교육을 80%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무 교육 형태로 실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는 유아 교육과 관련해서 몇 가지 구체적인 약속을 더하고 있다. 부모의 교육기관 선택을 위한 '교육비지원쿠폰제' 실시, 유아교육기관 종일반 운영 지원체제 확립, 유아교육기관 교사의 인건비 및 연수비 지원, 그리고 교육 예산 중에서 유아교육 예산의 비율 7%로 상향 조정(현재 1.5% 수준) 등이 그것이다. 유아교육기관의 평가 인증제 실시도 중요한 공약 중의 하나다.

#교원정책
교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처우 문제다. 이 후보는 교육공무원보수규정을 제정, 교원 처우를 '대기업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고, 우수교원확보법을 한시적으로나마 제정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21일 한나라당이 펴낸 공약집에는 '대기업 평균 수준'이라는 기준도, '우수교원확보법'에 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노 후보는 교원을 일반 공무원과 구별해 보수 기준 등에서 우대하고, 담임수당 인상 등 실질적인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처우를 어느 정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최근(11/15) '대학 교수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수교원확보법에 대해서는 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교원 정년 65세 환원 문제는 아직도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다. 이 후보는 최근 '단계적'으로 환원하겠다고 정리했다. 노 후보는 당분간 62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원 정년 문제는 교원과 학부모, 그리고 교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민감한 문제이다.

이 후보 단계적 환원, 노 후보 62세 유지의 공약은 각 후보의 성향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수석교사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그동안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표시해 왔었으나, 한나라당 공약집에는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났다. 이에 비해 노 후보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교사 안식년제에 대해서 이 후보는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교원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서는 노 후보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정치 활동은 시민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피력했다.(EBS 토론회) 교원양성제도에 관해서는 이 후보가 중등교원 양성 기관으로서 교원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찬성했었으나, 공약집에는 언급이 없다. 노 후보는 10월 23일 교총토론회에서 교원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원정책에 있어서는 두 후보간 공약의 범위와 구체성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그간 교원 관련 공약에서 준비가 잘되어 있었고 적극성을 보인 후보는 이 후보였다. 그런데 한나라당 공약집에 의하면, 이 후보는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입장 철회, '대기업 평균 수준'으로 처우 개선에서 교사 보수 인상으로 후퇴했다. 노 후보는 교육 관련 정책과 공약에서 시간에 따른 변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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