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교육 분야 공약의 하나로 교원평가 입법화를 제시했다. “교원평가제가 단지 교사퇴출의 의미가 아니라 재충전의 의미가 더 크다” 고 말하지만, 기본적 인식이 교원 간 경쟁을 유도하는데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다른 대통령 후보들에 비하면 차별화된 공약이다. ‘이회창 변수’ 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혼미한 대선정국이 마치 살얼음처럼 전개되고 있긴 하지만, 그가 여론조사 1위의 후보라는 점에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 생각된다. 만약에 ‘이명박 대통령’ 이 된다면 그의 ‘불도저식’ 밀어 붙이기가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땅의 경제 도약이 그랬듯 이명박 후보는 그런 시대 잘 나가는 기업인이었다. ‘하면 된다’ 는 70년대식 밀어붙이기로 이루어놓은 것이 바로 청계천 복원이지 않던가!
물론 원칙적으로 교원평가제는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당연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 및 그 이후 몇 년간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할 어떤 여건도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원의 법정 정원율을 살펴보자. 교육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교원(공립 유·초·중·고 기준)수는 31만 9천 명으로 법정 정원 35만 8086명의 89.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89.7%의 법정 정원율보다 하락한 수치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그 동안 실시해온 학급 수에서 학생 수 기준으로 교원배정을 단행했다. 당장 소규모 농·산·어촌 학교가 많은 전북은 중등에서만 60명, 전남은 141명이 줄어들 예정이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법정 정원율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교원 수를 더 줄이는 악덕환경인 것이다.
말할 나위 없이 교사감축은 비단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농·산·어촌 지역의 경우 수업시수나 업무 등은 그대로인데 교사만 줄어드니 남은 교사들이 그것들을 다 떠맡아야 한다. 수업의 질 저하가 불보듯 뻔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에게로 돌아간다. 도시지역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수업의 경우 자신의 전공 아닌 교과를 가르치는 이른바 ‘상치교사’ 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상치교사는 불법 내지 위법이다. 해당 교과 자격증이 없는데도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정부가 강제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부도직전의 회사인가’ 라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그런데도 유력 대통령 후보가 교원평가를 입법화한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으니 할 말을 잃는다. 무릇 상치교사가 자신의 전공 아닌 교과를 가르치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수업만족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더욱 의아한 것은 교원평가제가 대세라고 몰아가는 언론이나 학부모들이 이런 학교현실을 알고 그런 주장을 하느냐 하는 점이다.
또 있다. 일반계고의 경우 학생들이 새벽부터 거의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기계’ 가 되어 있음은 이미 보편화된 입시지옥 현실이다. 이 때 교사가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 졸지 않고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가 잘 되도록 지도하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한다. 교원평가제는 장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뜸도 들이지 않은 밥을 진밥이니 된밥이니 하는 것은 자던 소가 벌떡 일어나 웃을 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