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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교육에 관한 생각


예전에 라디오에서 국제고 설립에 대한 찬반 토론을 들었다. 설립을 반대하는 분들은 외고나 과학고 등 기존의 특수목적고등학교가 모두 설립 목적에 관계없이 좋은 대학가는 학교로 변질되었을 뿐인데 국제고는 국제적인 인재양성이라는 허울만 내세울 뿐 또 다른 외고, 과학고라는 것이다. 한국의 학벌 중심 사회에서는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기존의 분위기를 무시하고 초기의 취지대로 했다간 학생들이 빠져나가 폐교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수목적고란 무엇인가? 특수한 목적에 집중하는 교육이다. 명칭으로만 보면 외고는 외국어 교육에 집중하고, 과학고는 과학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더욱이 외고는 영어와 불어 등 일부 선진국 언어만 배우는 곳이 아닌가? 요즈음은 중국어가 포함되는지 모르겠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대학이 아니다. 교육의 목표가 특수분야 전문가 양성인 대학과 같을 수 있는가?

필자는 특수분야에 집중된 교육을 명문으로 인식하게 하는 이러한 특수목적고가 사회에 확산시키는 병폐 즉 일반 중등교육의 목적,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보편적인 지식, 가치, 기술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인간 보편적인 가치교육을 하챦게 여기게 될 풍토가 만연될 수 있다는 점, 또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에 관련지어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편협한 패거리 문화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특수목적고에 대한 ‘정의’와 ‘운영’을 달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인재라는 것이 무엇인가? 외국어를 잘 하고, 각 국의 우아한 예절을 잘 할 줄 알고, 사람을 잘 대할 줄 안다는 것이 국제적 인재인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외국어를 하며, 인간관계학을 배우고, 예절을 배우고, 협상력과 수사학을 배우는가? 이기적이고 편협한 지식은 오히려 사회의 독이 된다.

특수 분야에 집중된 교육은 산업사회의 전형적인 특색인 전문화, 고립화의 산물이다. 21세기의 특성인 전문화에 바탕을 둔 통합과 개성,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맞지 않는다. 내재된 과도한 평등의식과 교육을 신분상승을 위한 도구로서 인식하는 현 국민정서는 온갖 명칭의 영어, 수학 중심의 특수목적고를 양산시킬 것이다. 이로 인하여 특수목적고는 서열화만 생기고 일반보편교육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평등교육이라는 명목하에 고만고만한 지식수준과 기술만 가진 학생들, 미래 사회의 구성원의 양성이 현재 중등교육에서 할 일인가?

현재 일류를 지향하는 모든 국가는 앞으로의 세계에서도 일류로 남기위해 자국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변화를 읽지 못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하면 오늘의 일류가 내일의 후진국으로 급락하는 일도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땅도 작고, 인구의 수도 많지 않으면서 그나마 분단으로 반토막이 난 한국에서 도대체 버릴 아이들이 어디에 있다고 이리저리 조각낼 생각만 하는가?

국제 매너, 외국어, 과학뿐 아니라 연극, 영화, 만화 더 나아가 요사이 뜨는 비보이 춤도 넣은 예술, 그 외에도 달걀을 심도깊게 연구하는 음식점 주인, 머릿니(蛀髮蟲)만 연구하는 사람, 버스에 관한 한 만물박사인 고등학생 등의 끼도 살릴 수 있는 특수분야 전문교육기관이 지역별로 있어 일반중등교육에서 가르칠 수 없는 심화과정교육을 일반교육의 전문화 보충교육으로 담당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지의 영재교육담당센터 등 기존의 시설을 이용하면 좋지않을까? 지역별 심화교육센터가 되겠다.

일반 중등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 중 외국어 지능이 발달한 아이들은 근처의 심화교육지역센터에 가서 일주일에 이틀 수준별 고등 수업을 받고, 방학에는 서울에 있는 외국인 마을에 가서 일정기간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역 내에 있는 서너개의 중등학교에서 요일별로 나누어 지역센터에서 수업을 받는다.

과학에 소질이 보이는 학생, 춤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우주공학에 관심이 높은 학생은 일주일에 이틀정도는 우주과학자들이 맡아서 강의를 하고 있는 심화교육센터에 가서 강의와 실제 교육을 받고, 방학중에는 전남 고흥의 우주발사체가 있는 곳에 가서 실제를 체험할 기회를 가져본다. 연극에 중대한 관심이 있는 학생도 집주변 지역센터에 다니다가 보다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연극계의 대연출가가 폐교를 빌려 연극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에 가서 한정된 기간 동안 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는 사회와 인류를 위한 인간의 보편적 목적에 적응하는 학생을 양성함과 동시에 현 시점의 사회와 인간의 역할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와 기술을 창조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대상 학생들의 수준과 발달을 학습하고 교수방법을 전문적으로 익혀 보편수준의 지식을 전달하고, 대상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판단하여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적절한 내용을 선정하여 필요한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전문가와 함께 평가틀을 만들어 다음 단계를 준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요체는 교사교육이라 하겠다.

사범대학이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할 선생을 키우려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학교교육에 관여하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교육위원회에서 학교교육에 관한 것을 의논하고 반영한다. 교육위원회 회원은 교육부 관계자, 교수 및 행정가, 학생대표, 현지 산업체 관련자, 관련분야 해외 동향 전문가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원을 담당하여 학교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기금지원을 제시하고, 교수와 행정가는 해당학교의 교육과 행정분야에 관한 문제와 대안을 제시하고, 학생대표는 학생들의 권리에 대해 말한다. 현지 산업체 관련자와 담당분야 전문가는 현재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신의 동향을 알려주어 학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은 때마다 적절한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고, 새로운 전공이 많아져야 앞서가는 학교로 인정된다. 교수의 역할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 개인의 장점을 발굴하고 창조적 결과물로 이어지게 지도하여 ‘지금’과 ‘앞으로’를 준비하게 하는 것이다.

선진국 교육위원회 시스템을 중등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특수목적고에 대한 우려는 쭉 있어왔다. 음악과 춤을 가르쳐주던 기관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수강생이 줄어 들어 드디어 1층은 음악과 춤을 가르쳐주고, 2층, 3층에서는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영어나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영어와 수학은 잘하는데 그 내용에 대한 이해는 없다는 것이다. 장문의 영어지문은 잘 읽고 쓰는데 그 내용에 나오는 ‘노벨상’이 무엇인지 몰라 묻는다. 수학은 잘 푸는데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태도는 키워지지 않는다.

통신과 교통망의 발전으로 세계가 촌락이 되어가는 마당에 외국과의 소통없이는 국가 존망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그 외국이 소수의 국가에 한정되는가? 무역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특정어가 세계어로 통용되는 요즈음 문서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영어나 불어를 하지만 막상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현지어 밖에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베트남에서 새우를 들여와야 할 때 식품을 직접보고 선택하러 가서 협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현지어만 사용하는 실무자들이다.

다양화와 통합이 주요 능력이 되어져야 할 시점에 제한된 능력, 편협한 생활습관, 한정된 시각으로 키워진 아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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