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공고생의 서울대학교 합격
“도내 서울대 117명 합격.”
2월 13일 어느 지방 일간지 4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도내 고교별 합격현황’을 통해 이른바 ‘SKY대’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진학학생 수를 알려주고 있다. 소개된 49개의 고교중 순수한 전문계고는 전주공고가 유일하다.
이미 알려진 대로,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2명(신경택ㆍ이성민)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와 전기컴퓨터공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1953년과 1958년 서울대학교에 각각 합격한 바 있으니 92년 역사의 우리 학교로선 50년만의 쾌거요 경사인 셈이다.
그런데 앞의 합격현황에 따르면 전주ㆍ익산ㆍ군산 3시의 일반계고 중 9개 학교는 단 1명의 서울대학교 합격자도 없다. 단 1명만 합격한 학교도 14개 교나 된다. 아무리 겸손해지려 해도 그리 할 수 없는, 되지 않는 이유이다.
전주공고생의 서울대학교 합격은, 사실 잘 짜여진 ‘작전’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2003년 시작한 ‘인재육성프로젝트’의 결실을 본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육성프로젝트는 갈수록 위축되어가는 전문계고의 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사회분위기가 제일 큰 이유이지만, 선배들처럼 일찍 취업을 하기 위해서 또는 특기와 적성을 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많은 학생들이 중3 담임들의 “공고나 가라”는 권유로 오다보니 그리된 것이라 해도 시비할 사람은 없을 터이다.
동문들 도움이 절대적 원천이요 힘이었다. 처음엔 동문이 재학생과 1대 1 결연을 맺었다. 동문이 3년 동안 공부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학생에게 지원해주는 식이었다. 한 사람당 대략 2천만 원이 지원되었다.
지금은 1인 1구좌 모금운동을 통해 동문들이 학생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한 사람이 거금을 내는 1대 1 지원에서 동문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후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십시일반으로 다수의 동문이 뜻을 모으니 그 또한 대단히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재정적 뒷받침만이 서울대학교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낸 것은 아니다. 합격생중 3년 동안의 피눈물나는 공부과정을 글로 옮겨 교육부가 주최한 교육체험수기에 뽑힌 학생도 있듯 그들의 남과 다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말할 나위 없이 많은 선생님들의 관심과 지도 역시 기억되어야 한다. 관악부의 전국관악합주대회 여러번 수상, 전국고교생백일장대회 다수 입상,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 수상, 졸업생의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입상 등도 마찬가지다. 학생들 노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선생님들의 열정적 지도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서울대학교 합격만이 최고ㆍ최선은 아닐 것이다. 학벌만능주의라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없다. 그렇더라도 전문계고를 천시하는 편견을 깨끗이 날려버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전문계고 학생들의 진학과 관련, 정체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기에 우리 모두의 기쁨일 수밖에 없다. 중학교 학생 및 학부모들 사이에 ‘전주공고에서 서울대 2명이나 들어갔다’는 찬탄의 인식이 확산되어갈테니 그것이 또한 우리 모두의 기쁨인 것이다.
전주공고, 다시 힘내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