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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외형 성장에 신음하는 현장

인프라 구축 괄목…컨텐츠 부족은 여전
편중된 예산 투입, 부문별 불균형 초래
교육행정정보화, 예산 낭비 등 부작용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정보화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준 사업이다. 과감한 하드웨어 보급으로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정부의 자평과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물량위주의 정보화 정책으로 어느 때보다 일선의 혼란이 많았다는 평가가 맞물려 있다.

◇실적에 급급한 정책=당초 2002년까지로 예정돼 있던 1단계 교육정보화 일정이 2000년으로 앞당겨지면서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김대중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사업을 2년 앞당기는 특별지시를 내리자 정부는 조급해졌다. 목표된 하드웨어 보급을 단기간에 해치우기에는 시간과 예산 모두 부족했다.

소요예산 확보 등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해 3월 교육부는 조기완료 되는 교육정보화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시·도별로 확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방비가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국고와 정보화 촉진기금으로 충당되지 못하는 1800억원을
시·도별로 기채를 통해 확보할 것을 요청했고 결국 지방은 많은 빚을 떠안은 채 하드웨어 보급에 나섰다.

말 잔치만 벌이다 허겁지겁 목표량을 채우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학내전산망 사업이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컴퓨터가 있어도 인터넷 하나 활용할 수 없는 절름발이 교육정보화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2000년 초부터 학내전산망 보급 연내 완료를 천명하고 예산까지 마련했다고 밝혔다. 교육정보화만큼은 정부의 역점사업이라는 것을 주지시켰다.

하지만 정부가 그해 목표로 삼은 계획은 5729개교중 상반기까지 구축된 학교는 고작 567개교로 10%도 되지 못했다. 연말이 되서야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느라 수선을 피웠다. 단순 보급에만 치중하면서 부수적으로 따라야 할 사안들을 병행하지 못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전산망의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아 해킹사고가 해마다 늘어났다.

지난 99년 22건이던 초중고교 전산망 해킹사고는 2000년에 47건으로 늘었고 2001년에는 1∼6월중에만 무려 170건이 발생했다.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보안시스템 설치 비율은 높지 않아 2000년 상반기까지 방화벽을 설치한 학교는 1만70개교 가운데 절반이 안되는 4957개교(49.2%)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정보화 담당교사에 대한 배려는 마련되지 않아 업무과중에 시달렸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육정보 담당 교사는 연간 434시간의 수업결손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내용까지 나왔다.

컨텐츠 문제는 더했다. 하드웨어 보급에 열을 올리느라 정작 필요한 컨텐츠는 수년째 그대로 방치됐다. 정부는 해마다 컨텐츠 확충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현장의 갈증은 여전했다. 학교가 컨텐츠 확보를 위해 쓸 수 있는 예산 배정은 극히 미미했고 그나마 이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고통만 안겨준 교육행정 정보화=교육정보화에서 일선 학교에 가장 큰 혼란을 안겨준 부분은 교육행정정보화다. 업무 부담을 줄이고 행정의 효율화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 순수 교육활동 외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학사, 교무, 행정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시스템으로 98년부터 보급을 시작해 2001년까지 대부분의 초·중등학교에 설치가 완료됐다.

그러나 보급되는 시점부터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 완료될 때까지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제거해도 끊임없이 발생되는 버그 때문에 담당 교사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프로그램은 너무나 복잡하고 버그를 치료하는 패치를 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이런 시스템을 만약 일반회사가 만들어서 시판했다면 금방 부도가 났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모두 정부의 조급증이 불러온 결과였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시스템 개발과 보급이 함께 이뤄졌고 학교 현장을 면밀히 이해하지 못한 프로그램은 동네북이 돼 버렸다.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교육부는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결국 교사들이 고통을 모두 떠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나마 겨우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던 올 여름 현장을 들쑤신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모든 교육행정기관과 전국의 초·중등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교무·학사, 인사, 재정, 회계, 물품, 시설 등 모든 교육행정 업무를 전자적으로 연계·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국고 11억4000만원, 정보화촉진기금 249억7000만원, 지방비 260억원 등 총 521억1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기존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은 완전히 폐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수년간의 고통 속에 겨우 자리잡은 C/S서버는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돼 수백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는 결과를 빚게 됐다.

새 시스템이 서버에 접속하기도 힘들고 에러에 대한 대처도 제대로 되지 못한 상황에서 10월 전면 시행까지 발표해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입력되는 정보의 개인인권 침해 논란도 일었다. 일선 학교의 반대가 거세지자 교육부는 교무-학사부분을 2학기중 시범운영하고 보완과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본격 운영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국민의 정부 동안 이뤄진 교육정보화는 현장과 함께 교감하지 않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이 교육현장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는 현재 2단계 정보화를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만 한 채 정권을 마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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