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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처음처럼

새로 부임한 학교에 첫 출근을 하였다.

낮선 곳에 간다는 것은 3월의 날씨만큼이나 마음은 을씨년스럽다.

신규발령을 받은 이후 학교를 옮겨 부임인사를 하는 것은 올해가 일곱 번째로 꽤 많은 횟수이나 언제나 신규교사로 발령받을 때와 다름이 없다. 그래서 교사들이 다른 직업에 비하여 이직율이 낮나보다. 직장생활이 지루하거나 권태로울 때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복도에서 만나는 얼굴마다 두번 세번을 만나도 공손히 인사를 한다. 옷차림과 걸음 거리도 조심스럽다. 처음 온 사람은 당장 눈에 띄기 때문이다.

전체조례 광경은 군대를 연상케 한다. 열과 행이 자로 잰 듯이 반듯하다. 생활지도가 잘 되어 있는 학교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터라 역시 생각대로 이다. 새로 부임한 교사를 소개 할 때나 부장교사, 담임교사를 소개 할 때도 박수소리만 우렁찰 뿐 아우성 소리를 내질 않는다. 아직은 1학년이 입학 전인 상태로 학생수만 천명인데도 한사람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 정도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운동장에 모인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마치 나무에게까지도 호소하듯 넓은 공간에 울려 퍼진다. 시로 시작하는 훈화 내용이 살짝 감동을 더해 준다. 굵은 결정체를 걸러내어 가루를 정제해 준다는 뜻이 담긴 ‘채‘ 라는 시였는데 ’채 하나 받들고 살았음 좋겠네‘의 구절이 있었다. 항상 자신의 언어나 행동을 걸러서 행하라는 자기 성찰적인 내용이었다. 21세기는 인간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기반 사회이며 인간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인성교육은 너무나 중요한 것으로 전교생의 가슴 속에 오래 남아 어른이 될 때가지 깊이 깊이 새기길 바란다.

혹자는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라고 말한다.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은 ‘처음’을 수없이 꾸준히 만들어내는 일일것이다. 수많은 처음을 만드는 일이란 끊임없이 ‘채‘ 에 마음을 걸러내고 자기반성을 통한 자아실현을 이루는 일이 아닐까 한다.

첫 부임의 날, 받은 도전은 ‘채’ 다. 이 학교 머무는 동안 ‘채’ 를 받들고 살아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내고  언제나 처음처럼 신선한 근무환경을 만들며 살아가길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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