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영어교육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어 공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렌지'가 아니라 '오륀지'라는 이경숙 숙대 총장(전 인수위원장) 발언을 놓고 인터넷은 시끌벅적하다. 영어교육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비단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영어교육강화 정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우리는 영어를 알고 잘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았는가?
2008년 3월 4일(현지시간) 연방 국토안보부가 관리하는 유학생정보시스템(SEVIS)에 따르면 2007년 말까지 학생비자(F, M)와 교환방문비자(J)로 등록된 유학생은 한국이 10만 3394명으로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낸 나라는 한국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주 많은 한국 학생들은 영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돈이나 시간을 과감히 투자하고 있으며 더 잘해보고자 한국을 떠나 비행기에 부푼 꿈을 안고 몸을 실었다. 영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려면 ‘영어 환경’에 자주 접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영어 환경에 들어가기 위해서 지금의 ‘영어몰입교육’이 과연 비판만 받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물론 차근차근 준비해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이번 영어교육강화정책에 어느 누구보다 두 팔 벌려 환영했을지도 모른다.
한국 학생들이 듣기와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말하기·듣기·쓰기·읽기 능력을 고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기와 쓰기능력은 사실 많이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향상시켜 줄 방법을 찾아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능력을 향상시켜 주기 위해 수준별 수업이 아주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눈높이를 맞추지 않은 영어교육 탓에 수업과 과제 등이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개발 중인 영어교과서 역시 이런 학생들의 말하기·듣기·쓰기·읽기 능력을 수준별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수준별 교육을 안 하는 것은 평등하고는 별개 문제다. 각기 다른 수준 학생들에게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내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지 않은가? 우리가 사교육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지만 사교육의 대표적인 학원이 'interaction(상호작용)' 면에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한 반에 10명 남짓이어서 가르치기 수월하다. 학원의 유일한 강점은 인원수가 적어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학교현장에서도 가능하도록 할 수 없을까? 한국영어교사와 원어민 교사의 협력수업(co-teaching), 영어교사의 더 많은 채용, 멀티미디어의 활용방안 등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미국도 아동낙오방지(no child left behind) 정책 때문에 공교육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돈이 많아 사교육ㆍ사립학교의 귀족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싼 사립학교 출신들이 이득을 본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사립학교에서는 좀 더 다양한 영어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들이 더 영어 실력이 우월한 것은 사실이다.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에서도 내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평등이고 우리가 바라는 사항이다.
따라서 최우선 과제는 살아 있는 교과서로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학급 편성 등을 면밀히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나 영어 환경이 어색한 한국에서 완벽한 영어구사자를 만들기는 어렵다. 과도한 욕심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영어 교육 강화 정책을 ‘충분한’ 검토와 연구 뒤에 발표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