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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입학사정관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09학년도 입시 요강이 속속 발표되면서 수험생과 진학지도 교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정시모집은 내신과 수능이, 선발 인원이 대폭 늘어난 수시모집은 내신과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지만 점수 이외에 다양한 재능을 지닌 수험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눈에 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지난해까지 몇몇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입학사정관제가 올해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상위권대학이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전형 방법이다. 입시 업무만 전담하는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과외 활동, 잠재력, 소질, 환경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처럼 시험 성적만 좋으면 무조건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나 예일의 경우도 시험성적은 여러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일뿐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실례로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 가운데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탈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미국에서 명문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공부만 잘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한국 학생들은 수능에서 1점이라도 더 따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하지만 한국의 수능시험격인 미국의 SAT는 여러 가지 입학 전형 자료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학생들이 학업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주어진 학교 공부는 최선을 다하고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개발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열중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봉사활동에 관심있는 학생은 자선단체에서 활동한다.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학생부에 기록되고 입학사정관들은 이를 면밀히 분석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 방문을 통하여 확인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수치화한 시험 점수보다 해당 학생의 잠재적인 능력을 더 중시한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3단계 대입 자율화 방안의 성공 여부는 사실 입학사정관제의 정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간 점수따기 위주의 소모적 경쟁과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었던 고통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획일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학교마다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이를 입학사정관들이 분석하여 전형자료로 활용한다면 고교등급제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다. 문제는 점수 위주의 선발 방법에 익숙한 학부모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만약 시험 점수가 낮은 학생이 합격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학생이 탈락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폐단은 성적지상주의에 있다. 오로지 공부만 잘하면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교육 선진화의 꿈은 요원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려대, 성균관대 등 중상위권 대학들이 고심끝에 내놓은 입학사정관제야말로 복마전같은 대입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는 점에 공감하며 하루 빨리 교육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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