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유일의 마애불 사찰, 금정산 남단의 석불사
예로부터 부산 동래에서 구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정산을 넘어야 했다.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으로, 부산 사람들에게는 아버지나 어머니 같은 산이기도 하다. 산은 푸른 구름을 머리에 인 그 존재만으로도 아버지의 근엄함과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안겨준다.
금정산을 넘어 동래에서 구포로 넘어가는 대표적인 고개가 바로 만덕고개인데, 이 만덕고개의 유래가 자못 흥미롭다. '만덕'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다음의 세 가지라고 한다.

만덕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 임진왜란 때 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와서 그 화를 면했다는 설, 도적들이 하도 많아 만 명의 사람이 모여 고개를 넘었다 해서 '만등 고개'라 불렸다는 설이 그것이다.
만덕고개는 예로부터 동래와 구포를 연결하는 주요한 교통로였으며, 각종 물자들을 이고 진 민초들이 고달픈 다리를 달래가며 넘던 아픔의 고개이기도 했다. 이 만덕고개를 넘고 산성 오리마을을 지나 정상을 향해서 가다보면 '석불사'라는 부산 유일의 마애불 사찰을 만날 수 있다.

마애불은 석불의 일종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단애나 절벽 혹은 크고 길다란 돌 위에 불상 등을 새긴 것을 말한다. 주로 음각이나 부조로 나타낸 것인데,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이나 인도에서 많이 발달한 양식이다. 원래 이 불상 양식은 기원전 3세기에 인도에서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아잔타 석굴이 유명하며 중국에서는 '돈황의 천불동'이 아주 유명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서산 마애삼존불'이 유명한데, 이 불상은 햇빛이 비치는 각도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가운데 여래상의 미소가 시시각각 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석불사는 금정산 남단의 병풍암 자락에 있는 절이다. 흔히 마애불을 기암절벽이나 조망이 아주 좋은 곳에 조성한 석불이라고 한다. 만일 이 정의가 옳다면 금정산 남단의 석불사 마애불상군이야말로 이 정의에 아주 합당한 불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금정산 자락이 세 갈래로 벌어지는 중턱에 가면 자그마치 100m에 달하는 거대한 암석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그리고 그 병풍암 아래에는 수천년의 고독과 침묵이 서려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석불사의 마애불상군이 놓여 있다. 그 마애불상군들은 부처님의 미소를 베어 문 교교한 자태로 발아래 뭇 중생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석불사의 연륜은 무척 짧다. 비교적 근대에 지어진 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1930년대에 조용선이라는 분이 세운 절이라고 한다. 현재 이 석불사에는 총 29기의 불상과 16나한이 새겨져 있는데, 대표적인 불상은 비로자나불과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석불사에는 비단 마애불상군만 특이한 것이 아니다. 모든 절 건물이 나무가 아닌 석재로 지어진 점도 부산의 여느 절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얀 석재로 뒤덮인 대웅전과 천불전, 관음굴 등은 금정산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반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