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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원 연구년제,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교원 연구년제 도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교육과학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8년 주요 국정과제 실행계획에 따르면 대학 교수들이 안식년을 통하여 재충전의 기회를 갖듯이, 교사들에게도 잠시 쉬면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속설도 있듯이, 그간 교사의 자질과 역할은 강조됐으나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풋내기 교사 시절에는 막 구워낸 빵처럼 따끈따끈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감 넘치는 수업은 물론이고 학생상담이나 생활지도에도 적극 나선다. 모든 것이 새롭고 또 자신이 쏟은 정성만큼 아이들이 달라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니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비는 시간이라도 생기면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는 것도 바로 이런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직에 입문하고 강산이 한 번쯤 바뀔 때면 문득 정체된 자신을 발견하고 회의에 빠져든다. 자신이 가진 것을 쓰는 데만 익숙했지 새로운 것을 채워넣지 못한 탓이다.

이쯤되면 교사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인 수업에 대한 자신감도 급격히 떨어진다. 일부 교사들 가운데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정체에 빠진 자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지만 지방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중견 교사의 위치로 접어들면 학교 업무에 대한 비중도 높아져 틈을 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현실 안주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정체 상태에 빠진 교사가 늘어날수록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끊임없이 달라져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교육 강사들을 당해낼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몰론 교육청이나 민간 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연수가 있지만 대부분 단기간에 끝나거나 연수 점수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효율적인 연수가 되기 위해서는 잠시 현장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교원 연구년제는 교육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치인들의 정책 전시용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이해찬 장관은 교사 사기진작책의 일환으로 교사안식년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나 예산 마련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교육부와 교원단체 간의 교섭을 통하여 교원의 연구안식년제 추진을 합의한 바 있지만 정원 관리와 예산 부족을 들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런 사실 때문에 교육과학부는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교원 연구년제 도입는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근무실적 및 교원 평가 등을 종합하여 우수 교원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게다가 선발된 교사들은 기본급만 받고 연구년이 끝날 즈음에는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잘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더 잘하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체 상태에 빠진 교사들에게는 더 큰 실망과 좌절을 안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가족까지 딸린 가장이 기본급만 받고 내실있는 연수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성경에 보면 땅도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며 7년째에는 씨를 뿌리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교원 연구년제를 통하여 정체된 교직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무엇보다도 실현 가능한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따라서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거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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