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여행의 목표는 한라산 백록담을 보는 것이었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다고 하여 걱정을 했으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구름은 있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일찍 출발해야 정상을 오를 수 있다고 하여 7시30분에 로비로 내려오니 호텔 뒤편에는 넓은 잔디와 숲이어우러져 산책코스가 좋은데 둘러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숲뒤로는 잔잔한 아침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다. 투호가 있어서 던지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가벼운 체조로 준비운동을 하였다.
정상을 오르자면 우선 아침식사를 해야하고 점심에 먹을 김밥을 사야했다. 어제 저녁먹던 시장 근처로 가서 김밥을 사고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비교적 완만하다는 성판악코스를 오르기로 했다. 성판악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는 도로가 드라이브하기에 너무 멋있고 아름다운 도로였다.
제주시로 질러가는 5. 16도로를 한참오르니 성판악주차장이 나타났다. 주차장에서 짐을 챙겨서 배낭을 짊어지고 등산화의 끈을 조른다음 8시 45분에 정상을 향해 출발하였다. 4식구가 먹을 간식으로 오이, 무우, 참외와 쑥으로만든 절편을 배낭에 넣고 올라갔다. 아내만 빼고 우리 셋은 성판악 코스는 처음이었다. 들은대로 비교적 평탄하게 오르는길인데다가 중간중간에 등산로에 마루처럼 길을 깔아놓아서 힘든줄 모르고 올라갔다.
젊은 등산객들은 거의 우리일행을 추월하며 잘 올라간다. 한시간을 넘게 쉬지도 않고 오르니 화장실도 있고 멀리서 긴호수로 끌어온 물을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쉬면서 오이와 무우 떡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였다. 달콤한 휴식도 잠시 다시 등산로를 오르니 양옆으로 조릿대라고 불리는 작은 대나무들이 낣게 깔려있어서 보기좋았다.
비교적 높은데 까지 돌이 많은 등산로에 나무로 등산로를 만들어 놓아 편안한 느낌을 주어 체력소모가 덜한 것 같다.
등산로옆 길가에 해발고도표시가 있고 등산을 하다가 조난을 당했을때 구출을 요청하도록 지점을 표시하는 푯말이 있어 어디쯤 등산을 하고 있는지 서로 연락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좋았다.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한라산(1,950m)은 고도에따라 자생하는 식물이나 나무가 다르게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산을 오를 수 있었다. 한라산을 처음오르는 딸들은 서로 번갈아가며 한참앞서서 오르는 모습을 보며 젊음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휴식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주목군락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는 바위와 크고작은 돌을 밟으며 올라가니 지압이 저절로 되었다. 다리는 아프고 숨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등산을 통해 나의 체력을 테스트해보고 인내력을 시험하는 기회도 된다. 정상을 정복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얼굴에는 물론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목이타서 물을 벌컥벌컥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르더니 말도 적어지고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12시 40분까지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과해야 정상을 오를 수 있다는 안내표지판을 보면서 12시경이 되어 아직 망울만 서있고 한달 이상 있어야 꽃이 핀다는 진달래밭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김밥만 먹으려니 국물생각이 나서 컵라면을 사서 함께 먹었는데 집에서는 잘 안먹던 김치생각이 왜그리 나는지 김치를 가져올걸 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온다.
어느 한가족이 정상에서 내려왔는데 가장인 60이 가까워보이는 아버지가 체한 것 같다며 의자에 누워 힘들어한다. 소화제를 찾으며 부인과 자녀들이 어쩔줄을 모른다. 내 등산복 주머니를 뒤져보니 사혈침이 있었다. 평소 아이들이나 가족이 아플때 따주던 대로 몇군데 침을 놓았으나 피가 안 나온다. 너무 심하게 체하여 혈액이 돌지 않는 것 같다. 지압을 해가며 다시 찔러보니 피가 조금나온다. 우리는 정상을 향해 출발을 해야겠기에 몇군데를 눌러주라고하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산을 오르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역시 한라산이 높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등산로에 눈이 깔려 아이젠을 차야할 정도이나 비교적 눈이 녹아서 미끄럽기는 하지만 큰 위험은 없었다. 정상까지는 가파른 길이었다. 돌도 많고 눈도 텊혀서 조심스럽게 오르다 보니 안개가 갑자기 몰려와서 산허리를 휘감고 지나간다. 정상이 보일쯤 되니까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가까이 오니까 비가온다던 날씨는 그렇게 화창할 수가 없었다. 20여년 전에 정상에 올랐을때는 갑자기 안개가 몰려오고 세찬바람이 불어 백록담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었는데 너무 화창하여 분화구 안쪽 바닥에 고여있는 물을 보고 한라산 정상에도 봄이 오고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을 정복했다는 성취감에 우리는 함성을 지르며 사진찍기에 바빴다. 많은 등산객들로 복잡하였다. 백록담을 이렇게 화창한날 볼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라고 한다.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나무 평상에 앉으니 아늑한 느낌이 들면서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남은 과일과 떡을 먹으며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였다.
하산할 때는 체력소모가 많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목적지를 오른담음이라서 인지 지루하고 너무 힘들었다. 산을 오르기 보다 내려오기가 더 힘들다는 말을 되새기며 장장 9시간의 한라산 등정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하여 사우나를하고 흑돼지고기로 만찬을 즐기며 올봄에 큰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을 맛본 하루로 오래도록 기억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