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 수십 명이 연루된 집단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문제가 된 대구 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들은 3~5학년 남녀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한다. 지난 21일엔 10명이 인근 중학교 테니스장에서 여학생 여러 명을 성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 초등학교는 작년 11월 학생들 간 성폭력 사실을 알고 나서도 교사들에게 바깥에 발설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리는 데 급급했다. 그래 놓고선 학교방송으로 성(性)교육을 하고 학부모들에겐 가정통신문을 보내 주의를 당부한 걸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연신 방송에서는 학교에서의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터지고 난 다음 또 남의 탓하기에 정신이 없다. 그동안 학교에 상담교사나 성교육시간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큰 문제가 발생하고 나니 또 학교교육으로 모든 탓을 다 돌리는 듯한 뉴스기사는 사실 무책임해 보인다. 학교도 분명 좀 더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방비의 인터넷 사용과 가정의 텔레비전 시청 등은 가정교육 역시 반드시 동행되어야 한다. 언론은 이제 그만 학교에 모든 문제를 떠넘기지 말고, 언론 자체적으로 성교육을 하면 되지 않는가. 좋은 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에 배포하고, 교사에게 이를 활용해 줄 것을 요청해 본 적이 있는가. 사실 교사도 성교육에 대한 정확한 이론이 없다.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넣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배분해 본 적이 있는가.
먼저 아이들의 사이버 모방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이 필수다. 사이버 모방범죄 관련 미디어 교육을 강화시켜 사이버상 범죄도 현실상의 범죄가 됨을 학생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켜 줘야 한다. 좋은 인터넷 문화 정착을 위하여 이를 제작하는 프로그램 회사들도 좀 더 밝고 건전한 미디어 교육이 가능한 성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 줘야 한다.
둘째, 부모님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요즘 젊은 부모님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는 만큼 유해프로그램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한다던지 아이들의 태도를 살펴 시간제한을 둔다든지 하는 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순하게 게임을 한다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또는 맞벌이 부부로 본인들이 놀아 줄 시간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컴퓨터나 인터넷을 하는 것에 대한 참견을 안 하는 것과 같은 무심한 태도는 자식들에게 오히려 독이 된다. 무엇보다 컴퓨터를 가족 공동의 장소로 내놓고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해야 한다. 감시를 하라는 게 아니라 건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먼저 건전하고 유익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들도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다.
셋째, 현재 중.고등 학교에만 배치된 ‘배움터 지킴이(School police)’가 유치원, 초등학교까지 배치되는 등 어린이들을 성폭력과 저질문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범정부적 대책이 추진된다. 또 학교 폭력, 성폭력 등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학교안전관리 통합 시스템’, 지역사회 차원에서 ‘진료-상담-치료’로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도 구축된다. 이런 시스템들이 말로만 번지르하게 발표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스쿨 폴리스’, ‘학교안전관리 통합 시스템’ 등 겉으로 보이는 명칭만 보면 그럴싸하다. 뭔가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될 것 같은 훌륭한 이름이다. 이런 이름들이 보여지는 정책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정부는 튼튼하고 안전한 정책과 재정적으로 충분히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확실한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문 인력 배치로 우리들의 근심을 줄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