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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 놈의 자리가 뭐길래


차기 교감은 누구이며, 또 교무부장 자리는 누가 맡게 될 것인가,

더불어 다른 부장 자리는 누가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점치고 주시하는 장감병에 몰두하는 자리지향형의 교사들...  이런 자리 이야기에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일 년 내내 자리 타령을 신물이 나도록 하는 걸 보면서 이런 교사들이 "현재의 관리자는 어떠니부터 시작해 미래의 교감은 누가 될 것이고 또 부장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교감 교장이 인생의 최대 목표라도 되는 듯 입만 떼었다하면 장감타령이다. 땅으로 돌아가면 너나없이 한 줌의 흙이 될 인생인데, 뭐 그리 자기 이름 석 자 앞에 장․감의 벼슬 하나 못 붙여서 안달하는지 주변의 동료들을 곤혼스럽게 한다. 장감만 되면 모든 것이 맘먹은 듯 될 수 있는 것처럼...

아쉽게도 여러 학교에서 겪어 온 장감의 모습은 근사한 CEO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업무처리가 미숙한  교감도 계셨고, 능력은 뛰어나지만 성질이 불같아서 그 불똥이 언제 튈지 몰라 늘 초긴장 상태로 임해야 하는 교장도 계셨다.
 
또 이 반열에 오르기 위해 교실수업보다 승진에 관련된 지식에만 열중하는 모습과 윗분들 마음에 잘 들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인는 분들도 보아왔다.
그래서 관리자의 입과 귀, 더불어 수족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현상를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아닌가!

보는 이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하는 미사여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 000을 닮았어요!”
“당신이 오고부터 학교가 확 바뀌었어요!”
“예예, 무조건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 말에 많은 관리자들은 달콤하게 현혹되고 말 것이다. 또 이 유혹의 말을 건네는 이들에게 자신의 오른팔 왼팔로 묶어두려 한다. 이런 맞춤형 말은 새관리자가 부임할때마다 하는 단골메뉴임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에 따라붙는게 장감의 수족이 될 최고의 행동이다.
“차문을 여닫는 것도 모자라 직접 모셔다 주기”
“회의 때마다 종종걸음으로 모시러 가기”
“밥상을 날라다 교장실까지 서빙하기”
집에서도 이렇게 부인을 위해 남편을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지를...

“늙다리가 얼른 물러나야 내가 그 자리에 올라서는데...”
“더러운 성질머리 받아주느라고 내가 지금 얼마나 죽을 맛인지 아냐?”
“그 지랄 00은 월요일만 되면 고질병이 도지니까 조심해야돼.”

어쩜 그렇게 앞과 뒤의 얼굴이 판이하게 다른지 지킬박사와 하이드도 고개 숙이고, 1인 2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프레드릭마치가 울고갈 정도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관리자가 토사구팽 당했을 때, 이네들은 언제 봤냐는 듯 순식간에 등을 돌린다. 잘 나갈 때야 무슨 일이 생기면 같이 옷을 벗겠노라고 큰 소리 쳐놓고 정작 그렇게 되면 옷은 커녕 그 오물이 튀길까봐 그 사람과는 절대 관련없다고 부정에 부정을 한다. 그런 뒤 새롭게 권좌에 오른 관리자 앞으로 쪼르르 몰려가 예전에 했던 일을 반복하는 철새족이 되고만다.

학교라는 곳은 정치판이 아니다. 교장이 대통령도 아니고 교감이 국무총리도 아니고 부장이 장관도 아니다.
그렇게 자리타령할 시간 있으면 자기 개발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관리자 앞에서는 최고의 장감이라며 추켜세우다가 뒤돌아서서 딴소리를 내뱉지 말자.  여기 가서 이 말하고, 저기 가서 저 말해서 싸움붙이는 재미로 살지 말고 의식 갖고 소신 갖고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가르치나 하는 데 신경 쓰라고 말이다.

염불에는 관심없고 젯밥에만 관심있는 자리지향형의 교사들이여!
아무리 자리에 미쳐 있어도 자신은 참된 가르침을 업으로 삼는 교사라는 본분은 잊지 말길...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런 저런 일들을 보면서 밖에서 홀대받는 교사의 자리매김에 서러워하기보다 우리 교사들 스스로도 자성하는 시간을 한번쯤 가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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