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리는 맹꽁이 소리에 놀랐다. 밤사이 장마가 시작되는 비가 내렸었다. 어딘가 물이 괸 웅덩이에 맹꽁이가 찾아 든 모양이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맹공 맹꽁’ 자세히 들어보니 ‘맹꽁’이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에- 에-’라고 우는 듯했다. 아니 그 소리도 아닌 것 같았다. 정확하게 소리시늉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냥 ‘맹꽁’이라고 따라하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았다.
아직 어스름 어둠이 깔려있었다. 11층 건물의 9층 기숙사 숙소다. 앞에는 큰 운동장이 있고 그 끝에는 숲이 우거진 야산이다. 30여 년 동안 잘 보호되어진 숲이라서 울창하기도 하였다. 짙은 푸르름이 거무스레 보이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 새벽에 난데없이 맹꽁이 울음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어림잡아 40여년도 더 된 것 같다.
한참 있으니 뻐꾸기도 울기 시작했다. “뻐꾹 뻐꾹‘ 정겨운 울음소리다. 동요 때문인지 옛날부터 친숙한 뻐꾸기 소리다. 맹꽁이와 뻐꾸기, 한 동안 불협화음의 합창소리가 들렸다. 작은 산새들, 참새인지 물새인지 가냘프고 연약한 새소리들도 함께 들린다. 난데없이 ’까까까‘ 까치도 울어댄다. 투박하고 둔탁한 소리다. 이번에는 제법 먼 곳에서 ’국구- 국구-” 산비둘기도 가세한다. 새소리가 여러 가지인데 새소리의 주인공 이름을 다 알지 못해 아쉬웠다.
이른 새벽 하루를 시작하는 온갖 산새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에 열등감을 느꼈는지 맹꽁이는 소리를 멈췄다. 한 번 더 울어주기를 고대했지만 끝내 들리지 않았다. 틀림없이 새들만의 합창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을 알아챈 모양이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맹꽁이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어릴 때, 모내기가 한창일 때, 비온 뒤 천수답의 붉은 흙탕물 찬 논에서 으레 울어대던 맹꽁이다. 소리를 듣고 살금살금 다가가면 울음을 멈추고 재빠르게 잠수해버린다. 얼핏 본 모습은 개구리와 비슷하지만 정확히는 보지 못했다. 당시는 여기서 ‘맹꽁’하면 저기서 ‘맹꽁’하면서 함께 울어댔다. 한마리가 시작하면 두 마리, 또, 또 여러 마리가 울어댔다. 자기들만의 합창이었지만 그런대로 들을 만 했었다.
이날의 맹꽁이는 분명 한 마리다. 다른 맹꽁이들의 화답이 없었으니 말이다. 현대식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 잘 조성된 환경이기 했지만 어디 자연 그대로와 같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시골이고 조경이 잘된 대학 캠퍼스(한국교원대학교)며, 건물 앞뒤로 숲이 빽빽한 야산이 있기에 그 한마리라도 나타났을 것이다. 아무리 간절하게 짝을 불러도 응답이 없고, 난데없이 뻐꾸기가 응답하자 짝 찾기를 포기해버리고 입을 다물었나 보다. 짝을 찾아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다.
맹꽁이 울음소리마저 반가워 어릴 때의 추억이 떠 오른 것만 보아도 자연 생태계의 온전한 보존의 필요성을 새삼 느껴진다. 자연의 개발이나 생태계의 오염 등으로 서식지를 잃고 사라져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류는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존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