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선거사범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민주당은 수도권 총선의 최대 쟁점이었던 뉴타운 공약 문제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몽준 당선자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조치했다.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당선자는 71명이다. 입건 유형을 살펴보면 거짓말 사범이 41명으로 가장 많다. 금품 14명, 기타 13명, 불법선전 사범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입건된 18대 총선사범은 당선자 71명, 낙선자 63명을 포함해 모두 1144명이다. (세계일보, 4월29일자 참조)
지난 17대 총선거에서는 당선자 46명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11명이 의원직을 잃은 바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자가 징역형이나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또 당선자의 배우자, 직계 존ㆍ비속,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이 벌금 3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아도 당선이 취소된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이 알 수 있는 공직선거법은 거기까지다. 당선 및 당선자 관련 조항이라 대부분 유권자들은 몰라도 되는 ‘그들만의 공직선거법’ 이기도 하다. 유권자와 관련해선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을 경우 50배에 달하는 과태료부과 정도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공직선거법일 것이다.
과거 막걸리, 고무신 따위로 쉽게 당선되던 악습을 예방하기 위해 엄격해지고 강화된 공직선거법의 취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는 말할 나위 없고 총선에서조차 각종 선거비리는 현저히 줄어든 바 있다.
엄격해지고 강화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성숙해진 유권자의식이 일등 공신이라 해도 시비할 사람은 없을 터이다. 아직도 고소ㆍ고발이 난무하고 심심찮게 금품 살포 적발이 이맛살을 찌뿌리게 하지만, 그만큼 선거 문화의 민주주의가 확립된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엄격해지고 강화된 만큼 공직선거법이 널리 홍보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나는 지금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다. 하나뿐인 형의 국회의원 출마 사실을 지인들에게 편지로 알린 혐의이다. 이를테면 불법인쇄물 배부로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공직선거법9조)를 어겼다는 것이다.
설마 그 정도가 선거법위반인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더욱이 새롭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공직선거법 제 266조 1항이다. 법에 따르면 “선거 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뒤 5년간 공무원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교육공무원인 내가 형의 국회의원 출마사실을 편지로 알린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받으면 교사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있는 줄 누가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살인 강간ㆍ폭력 등 형사법보다 아주 센 ‘무시무시한’ 공직선거법인 셈이다.
교사직이 고작 벌금 100만 원에 날아가는 그런 자리라는 것이 황당하고 또 놀랍기 그지없다. 그렇지 않다면 아주 잘못된 법이라 할 수밖에 없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검찰에서조차 그런 공직선거법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엄단만 외쳐대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되어선 안 될 이유이다.
그보다는 국민이 공직선거법 내용을 잘 몰라 ‘가볍게’ 저지르게 되는 선거법위반의 전과자 양산을 예방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아무리 모르고 한 짓이고 피붙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 해도 법대로 따를 참이다.
그러나 고발당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당선자 수사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유행어처럼 정치권의 공무원 중립의무는 흐지부지되고 일개 교사인 나만 엄격해지고 강화된 공직선거법의 철퇴를 맞는지. 그리하며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