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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의 길, 왜 이리도 힘이 드는가

당신이 교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수업시간 내내 한 아이가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옆 자리 친구를 시켜 흔들어 깨워도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다. 답답한 선생님이 다가가서 아이의 이름을 불러본다. 두세 번 불러 봐도 반응이 없다. 말로는 안 되겠다 싶어 손으로 어깨를 툭툭 쳐본다. 학생이 마침내 눈을 뜨더니 '왜 자는 사람 귀찮게 구느냐'는 눈빛으로 선생님을 째려보듯 한번 올려다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쳐 박고 엎드린다. 당신이라면 그때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나쁜 자식이 없네'하며 한대 쥐어박겠는가? 아서라, 학생의 불손한 태도에 당신 속이 뒤집어지더라도 참아야 한다. 한대 쥐어박는 순간 바로 당신은 폭행죄로 고소될지도 모르니까.

당신이 교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하면 늘 가해자로 등장하곤 하는 골칫거리 문제 학생이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속한 가해자 그룹 내부에서 알력이 생겨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그는 친구들로부터 얻어 맞는 사태가 발생했다. 늘 가해자였던 아이가 이제 피해자가 되었으니 학교는 이유 불문하고 보호조치를 해 주어야 할 상황. 입술이 터지고 이빨까지 서너 개 개 흔들린다니 심각하다. 담임은 제발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때린 쪽에서 치료비 정도 물어주는 선에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저쪽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때린 학생의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치료비를 요구하고 엊그제까지 한패로 놀았던 자기 친구들을 가해자로 처벌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  현명한 당신이라면 이를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당신이 교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공부를 잘하고 행동거지가 모범인 아이가 있으면, '기특하다' 또는 '더 잘하라'는 뜻으로 손을 잡아준다거나 어깨를 감싸면서 등을 두드려 줄 수 있고, 아무리 자율화시대라고 하지마는 단정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일 정도로, 머리모양새가 성인흉내를 내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면, 좀 더 단정히 하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머리채 일부분을 손으로 매만져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있다고 치자. 이 선생님이 과연 교단에서 아무 일없이 무사할까? 하는 짓이 귀엽다는 뜻으로 학생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어 주는 것마저도 재수 없으면 성추행으로 몰리는 현실 앞에서 이 선생님의 인간적 진심과 교육적 진실은 과연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교육현장에서 교육활동에 임하는 교사들이, 살벌한 세상의 칼바람 앞에 떨어야 하고 메마른 인정 앞에 탄식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넘기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교육자의 위기가 바로 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기계나 물건이 아닌 인간을 다루는 활동이고, 학교는 이윤을 거래하는 시장이 아닌 인격이 교감되는 정신적 도량이어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어느 일 한 가지도 가벼이 할 수 없고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미성숙한 아동을 다루는 초중등교육에 있어서는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한 인격적인 만남의 과정이 중요하다. 때문에 학교는 국가제도의 하나로서 엄연한 세상의 질서 속에 편입될 수밖에 없지만, 그 본질과 기능이 갖는 특수성을 인정하여, 혹 학교 안에서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문제,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의 문제, 학생과 학생 사이의 문제 등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실정법적 접근보다는 교육적 판단을 우선하고 존중해 온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변해서 학생과 학생 간, 학교와 학부모 간, 학부모와 학부모 간에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사건도 상대 입장과 처지에 대한 배려나 존중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무조건 큰소리부터 치고 본다거나 고소․고발부터 하고 보는 막가파식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네 세상살이가 그만큼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우리네 마음 씀씀이가 그만큼 자기밖에 모르는 극도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선생님들은 그나마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교육의지를 아예 포기해 버릴 수도 있다.

학교폭력이 끊일 날이 없는 탓에 날마다 한두 건씩의 진술서를 받고 며칠 걸러 학교폭력대책위를 열어야 되는 상황에서 누가 담임을 맡으려 하고 누가 학생부장을 맡으려 하겠는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원만한 조정과 상호 이해를 주선했다가 조금이라도 한쪽에 쏠렸다가는 멱살을 드잡힐 판인데 어느 누가 팔을 걷어 부치고 문제해결에 나서겠는가. 자녀가 가출하여 장기결석이 계속되고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조금이라도 양식있는 부모라면 자식 잘못 키운 스스로의 허물을 탓해야하건만 학교가 지도를 잘못해서 그런다며 온갖 트집을 잡아 담임과 학교장을 걸어 경찰에 고소를 하겠다는 사람까지 생겨나는 판인지라 마음 약한 교육자는 발을 뻗고 잠을 들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행여 성추행으로 몰릴까봐 학생 몸에 손가락 하나 댈 엄두를 못해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 선생님들의 아이들을 향한 교육적 관심과 애정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적 이해와 관용이 자리할 틈이 없는 학교, 그래서 오로지 법의 잣대로만 학생의 잘잘못을 저울질해야 하고 교육적 선도나 훈육보다 법률적 처벌 만능주의로 치닫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곤 물고 물리는 냉혹한 현실과 그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불신이라고 할 때 이 세상은 얼마나 불행한 것이며 교육은 또 얼마나 황폐한 것이 되고말겠는가.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학교와 교실이 교사들이 마음놓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를 강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대책 수립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위기의 공교육을 살리기위해서는, 힘없는 교사들이 교육의 한계상황 앞에서 의기소침한다거나 무력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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