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앞둔 교무실은 지난 17일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된 고3 아이들의 수시모집 상담과 원서작성으로 시끌벅적하기까지 하다. 수시모집 1차 전형이 올해로 마지막인 만큼 예년에 비해 이 전형을 노리는 아이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아직까지 접수 마감이 되지 않은데도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모(某)대학 어떤 학과는 몇 백대 일이라는 초유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어 긴장감마저 감돈다.
무엇보다 연일 치솟는 경쟁률에 속이 타들어 가는 당사자는 수시 모집에 지원한 학생들이다. 따라서 수시모집에 지원한 아이들은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경쟁률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서로서로 위안해 주기도 한다. 일찌감치 서울의 모(某) 대학 리더십 전형에 지원을 한 남학생의 경우, 매시간 교무실에 내려와 경쟁률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때마다 경쟁률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을 하면 그 아이는 공부가 제대로 안된다며 자신의 불안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하였다. 확인결과, 경쟁률이 몇 십 대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양 어깨가 축 처져 교무실을 빠져나가는 그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치솟는 경쟁률에 지레짐작 겁을 먹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업시간 수시 모집에 지원한 한 아이가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학과가 경쟁률이 제일 높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였다.
“경쟁률이 제일 높은 학과가 제일 좋은 학과죠?”
아이들은 근거도 없는 그 아의 말에 핀잔을 주었지만 그 아이는 지나친 경쟁률에 대한 불안을 이런 식으로 위안 받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점심시간, 꼭 수능시험을 보고 마지막 정시모집까지 도전해 보겠다던 한 여학생이 교무실로 찾아왔다. 그 아이는 나를 보자 다짜고짜 수시모집 1차에 지원할 대학을 알아봐 달라며 떼를 쓰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대학과 적성에 관계없이 경쟁률이 낮은 과에 지원하여 무조건 합격만 시켜줄 것을 요구하였다. 아마도 그건 입시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은 생각에서 나온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었다.
수시 모집에 지원한 아이들의 또 다른 고민은 하계 보충수업을 결정하는 문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합격자 발표일이 보충수업이 끝나는 주(8월 초)에 있기 때문에 보충수업에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합격을 하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불합격을 했을 경우, 보충수업에 빠진 수업 결손을 보상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고3 마지막 여름방학이 2학기 성적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결정을 앞두고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보충수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전형료가 아까워 지원을 망설이는 아이들도 있다. 더군다나 대학별로 전형료가 천차만별하여 지원할 대학의 전형료가 정확하게 얼마인지를 알아두는 것도 좋다.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싼 전형료(70,000원 이상)를 받고 있는 반면 지방에 있는 일부대학에서는 아예 전형료 자체를 받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이 3개 이상의 대학을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학생은 최소한 15만 원 이상의 전형료를 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듯 지금 고3 아이들은 고민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은 고등학교의 고(高)를 고(苦)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경쟁률이 높은 학과가 마치 최고의 학과로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으려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 현 입시제도의 모순점을 곱씹어 본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이 수시모집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대학입시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