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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쿵푸팬더와 중화민족주의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대작 <쿵푸팬더>가 올 여름 극장가의 흥행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한 달 이상 박스오피스 10위권 이내에 들면서 관객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보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의 영향이 큰 듯하다. 세계의 시선이 중국으로 쏠리면서 중국의 국기(國技)인 쿵푸와 국보(國寶)격인 팬더의 절묘한 결합이 강력한 흥행몰이로 이어지고 있다.

<쿵푸팬더>의 이면에 담긴 의미를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림픽과 연관지어 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은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다. 이같은 빅이벤트를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할리우드가 놓칠 리 없다. 특히 이번 올림픽이 중국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을 대변하는 소재로 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면 막대한 이윤을 챙길 것이라는 계산은 이미 몇 년 전에 끝냈을 터이다.

영화의 내용은 어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다. 쿵푸라고는 전혀 모르는 비만팬더 포를 최고의 권법 기밀이 담긴 용문서의 전수자로 점지하고 그의 식탐(食貪)을 이용해 최고의 쿵푸 마스터로 거듭나게 한다는 내용이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줄거리는 중국 무협영화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자국과 자민족의 문화를 최고의 지위와 절대적 기준에 올려놓은 ‘중화민족주의’와 결합시킴으로써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강력한 동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단순한 체육 행사가 아닌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으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의 슬로건인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은 겉으로는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의미하지만 이면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질서의 재편이라는 그들만의 오랜 열망이 담고 있다. 이는 티베트 사태를 유혈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서방 세계의 우려를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치밀한 전략에서 보듯, 중화민족주의도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편향적이며 공격적인 사관(史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북아 역사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을 동북공정도 실은 주변국의 역사를 중화의 테두리에 가두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남의 나라 수도 한 복판에서 열린 송화 봉송 행사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당당하게 집단 난동을 벌인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런 이유다.

영화는 문화의 다양한 영역 가운데 대중들에게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르다. 우리나라 관객이 쿵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악당을 물리치는 팬더의 모습에 열광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점은 그 모든 것이 계획적으로 포장된 중화민족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혹시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인 태권도와 반달가슴곰이 쿵푸를 하는 팬더에 밀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괜한 노파심이 든다.

칼보다 무서운 것은 붓이고 그 붓은 곧 문화를 의미한다. 당분간 영화 <쿵푸팬더>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흥행 중인 영화 한 편을 두고 민족의 정체성을 논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둑이 무너지는 것은 거대한 물길이 아니라 바늘구멍같은 미세한 요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독도의 사례에서 보듯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중국이 한껏 달아오른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워 어떤 생떼를 쓸 지 자못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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