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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떳떳하고 당당해야 진정한 교육자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전통적인 교육관에 대한 변화는 아마도 1989년 이름도 생소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출현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당시만해도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일 따름이지 여타의 노동자들처럼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다며 거리로 나서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전교조의 출현은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화적 충격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엄혹했던 시절, 전교조가 보여준 참신한 교육관과 실천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보수적인 관습에 억눌려있던 교육 현장을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지닌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학생들의 인권 보호와 교육자의 권리 향상 등은 감히 꺼내놓고 말하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기에 더욱 그 의미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출범 당시 전교조의 가치와 이상은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전교조는 교육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한 부분도 많지만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강경 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등 여타의 강성노조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측면도 있다. 특히 보수 단체와 언론들은 전교조가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익집단과 다름없다며 매섭게 공격했다. 게다가 실용노선을 표방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확실히 그 세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며 급기야 전교조 내부에서조차 노선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교과부가 오는 12월부터 학교별 교원단체․노조 가입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할 예정인 가운데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 단체들은 학부모의 알권리 강화로 학교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환영했지만, 전교조는 학부모의 알 권리를 존중한다는 미명 아래 전교조를 탄압하고,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정보 공개를 전면 백지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론 전교조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노조 가입 공개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간에 보여줬던 활동에 대하여 부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전교조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하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또 교육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확신한다면 오히려 노조 가입 여부에 대한 공개를 자청하는 것이 순리다.

일부에서는 이번 교원 노조 가입 공개 문제를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힘겨루기라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자 신보 세력의 대표격인 전교조에 대하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노조 가입 공개 여부를 놓고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힘겨루기로 인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떤 의견이 더 신뢰성이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든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앞에는 크고 높은 장막을 쳐 놓고 상대방에게만 장막을 거두라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는 좀 더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 가입 공개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고 또 자신들의 견해를 당당하게 표출하는 것이 그간 쌓아온 교육적 성과를 훼손하지 않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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