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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독서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한창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독서는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최고의 영양제나 다름없다. 과거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위대한 성현들이나 현재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공통점은 바로 책을 가까이 한다는 데 있다. 해리 투르만 전 미국대통령은 "모든 독서가(讀書家)가 다 지도자(指導者)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지도자는 반드시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 라고 했을 정도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중요한 독서 활동이 날이 갈수록 퇴조하고 있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독서의 필요성이 그 어느 시기보다 요구되는 청소년기마저 독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사실 청소년기의 독서 활동은 대부분 학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독서활동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겨야할 학교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교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수치로 나타나는 성적에 매달리다보니 독서활동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치열한 입시 경쟁이 펼쳐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교과서나 참고서가 아닌 일반 교양서적을 읽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학생들은 일 년에 네 번 치러지는 내신 관련 시험과 연중 진행되는 수행평가에 매달리고 있으며, 학교 시험이 없을 때는 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으니 책 읽을 겨를이 없다.

학생들에게 일부러라도 책을 읽히기 위해 수행평가 과제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수행평가 과제를 내면 학생들은 언제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느냐며 볼멘소리부터 쏟아낸다. 그렇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를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처지인지라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독후감 과제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로는 드물게 독립 건물로 이루어진 도서관이 있으며, 2만 권이 넘는 장서와 각종 독서 관련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책의 향기가 넘치는 도서관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수업도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교과가 많을 정도다. 그렇지만 입시 경쟁이 격화되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었고 교과 수업도 대부분 교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극심한 입시 경쟁 때문에 손에 책을 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독서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교내 도서관의 장서 대여 권수를 살펴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학생 1인당 2권(학기 기준)에 이르던 대여 권수가 올 해 들어서는 0.4권으로 줄어들었다. 무려 5배 가까이 추락한 것이다. 그나마도 입시를 목전에 두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의 대여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하여 현행 고교 2학년 학생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 이력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흐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업무로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쁜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독서 이력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책 제목과 간단한 내용 정도만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청소년들이 입시 공부에 파묻혀 성현의 지혜가 담긴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특히 독서활동의 중심이 되어야할 학교가 독서교육을 서자(庶子) 취급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물론 입시 경쟁이 격화될수록 독서 교육이 침체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를 마냥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교육 당국은 학교 독서 교육의 실태를 파악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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