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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순수 외국인 없는 외국인 학교

지난 5월 정도, 신문을 통해 외국인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국인 학교에 대한 관심이 개인적으로는 없던 상태라 기사를 읽으며 이건 문제구나...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다. 기사내용은 대략 이랬다.

외국인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한국어로 잡담을 한다. 이 학교 학생 명단에는 에릭, 지나 등 외국 이름이 가득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인들이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순수 한국 학생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고, 나머지는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는 서류상 수치일 뿐 실제 학생들 생김새를 보면 순수한 외국인은 많지 않다. 외국에서 살다온 한국 학생, 영주권을 가진 한국 학생, 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계 학생들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매일경제, 2008.05)

그런데 또 이런 기사를 보게 되었다.

서울시 교육청이 이날 한나라당 권영진(교육과학기술위)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 외국인학교 재학생 국적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내 17개 외국인학교에서 대한민국 국적과 외국영주권을 동시에 가진 학생은 지난해 145명에서 올해는 234명으로 61.4% 급증했다. 한국 국적과 외국영주권을 가진 학생이 늘었다는 것은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해 돈을 주고 해외영주권을 사는 사례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관계자는 “에콰도르나 남태평양 섬나라의 영주권을 산 뒤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의 영어교육 열풍이나 대학 특례입학 등의 이점도 크게 작용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 국적을 가져야 입학할 수 있는 외국인학교는 서울시내 17개를 비롯해 전국에 47개 학교가 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1개 학교가 영·미 계열의 학교다. 돈을 주고 해외영주권을 사는 ‘편법 입학’도 영·미 계열 외국인학교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서울신문, 2008, 10)

현재 외국인학교 입학 요건은 외국에서 5년 이상 살았거나 외국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남미나 동남아 등 일부 국가 영주권은 돈만 주면 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에콰도르 등 중남미는 2000만원을 내고 현지에 며칠만 체류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고, 이 영주권이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외국인학교에 보내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 작용으로 인해 영주권 구입 열풍이 거세어 진 것이다.

외국인학교에 이런 편법 입학이 동원되면서 정작 꼭 입학해야 하는 순수 외국인 자녀에 대한 학업여건 개선이라는 기본 취지가 무색해지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가족 교육 편의를 위해 설립한 외국인학교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렇게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심 급등은 'ENGLISH' 때문일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영어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영어에 대한 관심이 쑥쑥 올라가는 것이 좋다. 학생들에게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내 전공과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커지고, 그만큼 우리 학생들의 기대심도 커질 수 있다는 엄청난 기대감은 어느 누구라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영어가 '불법. 편법. 조작. 변질. 비판'과 같은 단어의 굴레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항상 글을 쓰다보면 최대한 나의 주관적. 개인적 생각은 접어두고 객관적 사실만 전달하고 싶지만,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전문 기자들의 객관적인 뉴스 보도의 중요성을 새삼 한 번 더 존경하게 된다. 외국인학교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 수가 전 국민들 대비 작은 비율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가족 교육 편의를 위해 설립한 외국인학교 취지가 계속 잘못 이용될 경우,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비친 한국의 과열된 교육 열풍에 대한 인식도 올바르게 전달되지 못할 것이다. 깨끗하고 청렴한 교육을 통해 올바른 영어교육 열풍과 대학입학제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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