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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원 성과급제, 부작용이 문제다

예정대로라면 모든 교사들은 이 달 중으로 지난 해의 근무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는 개인 통장에 입금되는 액수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제시한 성과급 지급안에 따르면 모든 교사들은 전년도의 업무 실적에 따라 3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에 따른 차등 지급 비율도 지난해 20%에서 30%로 확대되어 상위 30%에 해당하는 1등급과 하위 30%에 해당하는 3등급의 액수는 57만8천470원의 차이가 난다.

성과급을 지급받게 될 교사들의 모습이 어떨 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1등급을 받은 교사들을 목돈을 움켜쥔 기쁨만큼 표정을 관리하는 데 바쁠 것이다. 2등급을 받은 교사들은 특별히 잘 한 것은 없지만 잘못한 것도 없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문제는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3등급을 받은 교사들이다. 본의 아니게 3등급을 받은 교사들은 액수의 적음보다도 자신의 가치를 몰라준 것에 대한 서운함이 앞설 것이다. ‘누구는 별로 한 일도 없이 1등급인데 왜 나는 열심히 하고서도 3등급인가’라고 불만을 품는다면 교육활동이 온전히 이루어질 리 없다.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해마다 제기하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성과급제 도입이 과연 교직 사회에 필요한 조치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교사들의 교육활동은 일반 민간 기업체나 공무원 조직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누가 얼마나 더 큰 성과를 냈는가를 계량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활동이 더 많다. 흔히 진학 실적이나 교과 지도 성적을 계량화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대학을 많이 넣었다거나 교과를 잘 가르친다고해서 해당 교사의 역량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학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랑으로 보듬어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것도 교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성과급으로 인해 곤혼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자의든 타의든 정해진 등급에 인원을 맞춰야 하는 관리자들의 입장이 가장 난처하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벌써 성과급 지급 문제로 두 번씩이나 전체 교직원 회의를 열었다. 지급받은 성과급을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의견에서부터 해마다 돌아가면서 등급을 조정하자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왔지만 결국은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점수화하는 쪽으로 중지를 모았다.

문제는 기준이다. 눈에 드러나는 기준은 수업 시수, 수업 공개, 교육 경력, 업무 곤란도 등이다. 그런데 이들 기준이 하나같이 불합리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수업 시수가 많거나 수업을 공개했느냐의 여부 그리고 교육 경력이 많거나 업무의 경중이 교육적 성과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업 시수가 한 두시간 더 많은 교사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면 수업 시수가 곧 성과와 직결된다는 얘기다. 사실 수업 시수는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교육 과정 운영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교육적 성과와도 관련이 없다.

성과급 도입으로 공교육의 질이 획기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당연히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성과급이 몸에 좋은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된다면 이는 원점에서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직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다수의 교사들에게 점수를 메게 돈 몇 푼으로 사기를 꺾는다면 누가 뜨거운 열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겠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물건을 팔고 그 실적을 장부에 기록하는 것과 다르다. 그런 점에서 성과급으로 교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면 차등 지급보다는 균등 지급이 더 바람직하다. 교육 당국은 30%의 교사들이 겪게 될 좌절감과 분노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그 답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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