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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책 읽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

풍성한 가을 아침 황금 들판을 바라보면서 중국 북송 8대 임금의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배운 사람은 벼 곡식과 같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쑥대 풀과 같다”는 말씀이다. 벼 곡식은 나라의 훌륭한 양식이자 세상의 큰 보배라고 하셨다. 쑥대 풀은 농사짓는 자가 싫어하고 김매는 자가 괴로워한다고 하셨다.

그렇다. 벼 곡식은 나라의 훌륭한 양식인 것처럼 배우는 사람은 어려운 나라살림에 큰 보탬이 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훌륭한 인재가 되며,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반짝반짝 빛나는 큰 보배가 된다.

배우는 것은 바로 책 읽는 것이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것만이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책을 통해 배워야 한다. 책 속에는 동서고금의 유능한 선생님이 다 계신다.

나는 집이 가난하다고 핑계대면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안 된다. 학교 도서관에 가면 책이 얼마나 많은가? 학교마다 새로운 책들을 많이 구비해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원하는 책이 없으면 이웃 도서관에 가면 된다. 구,군마다 도서관이 있지 않은가? 거기에는 우리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핑계해서도 안 된다. 독서삼여(讀書三餘)란 말이 있지 않은가? 겨울, 밤, 비올 때가 독서하기에 적당한 세 여가라고 하지 않은가? 특히 밤을 잘 이용해야 한다. 밤만 되면 TV보고, 밤만 되면 컴퓨터 오락하고, 밤만 되면 컴퓨터 앞에서 채팅하고,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고 하면서 시간이 없다고 하면 되겠나?
그렇게 되면 나중에 쑥대 풀과 같이 싫어하는 대상, 괴로움을 주는 대상이 되고 만다. 남에게 유익을 주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보배가 되고 싶지 않은가? 그렇게 되려면 배워야 한다. 책을 읽어야 한다. 시시때때로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

지금은 아직 책을 읽을 때가 아니라고 하면 안 된다. 젊었을 때부터 책 맛을 알아야 한다. 늙어서 책 맛을 알면 그 때는 늦다. 음식 맛도 젊을 때 보아야 한다. 늙으면 치근(齒根)이 좋지 않아 애만 태운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 맛을 알아도 늙으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안도(眼到)가 안 된다. 눈이 흐려진다. 눈이 아프다. 돋보기를 써도 오래 보지 못한다.

송(宋)나라 주희(朱熹)의 독서삼도(讀書三到)가 생각난다. 독서삼도(讀書三到)란 안도(眼到), 구도(口到), 심도(心到)로 눈으로 딴 것을 보지 말고, 입으로 다른 말을 아니하고,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고 반복(反復) 숙독(熟讀)하면 그 진의(眞意)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안도(眼到)가 다른 것 보지 않고 집중해서 책만 보라는 뜻이지만 나이가 들면 눈으로 책 보는 것 자체가 안 된다. 그러니 젊었을 때 집중해서 책을 잘 봐야 한다. 그리고 입으로 다른 말을 아니하고 책만 읽는 것도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구도(口到)가 잘 되도록 책 읽는 소리가 담장 밖으로 흘러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심도(心到)가 책 읽기의 목적이다. 심도(心到)가 잘 되어야 배우기가 잘 되는 것이다. 책을 쓴 선생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선생님이 가르칠 때 깨우침이 있으면 생각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서는 메모가 되어야 한다. 즉 쓰기가 되어야 한다. 심도(心到)가 되지 않으면 책 읽었다고 할 수가 없다.

독서의 계절에 책을 읽어야 한다. 배워야 한다. 그래야 몸의 보배가 되고 세상에 보배가 된다. 옥(玉)도 갈고 다듬어야 그릇이 되듯이 사람도 책을 읽음으로 배워야 옥 같은 그릇이 된다. 독서의 계절에 책을 읽지 말자! 캄캄한 밤길을 걷는 사람처럼 어두운 생활을 하려면. 쑥대 풀과 같이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눈총을 받으면서 살려면. 나는 늙어도 눈이 흐리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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