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학기부터 ‘방과 후 활동’의 일환으로 기획된 논술 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학교 차원에서도 정규교과 이외 시간에 별도로 수업을 편성하는 등 관심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방과 후 논술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 뜨겁다. 논술 실력이 당장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준비하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1학기 수업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논술의 특성상 딱딱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렇다고 논술 수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없었기에 가르치는 입장이나 배우는 처지에서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특히 논술을 처음 대하는 학생들은 ‘논점’, ‘논변’, ‘논증’ 등 생소한 어휘에 ‘문장 개요’, ‘화제 개요’ 등 논리적인 구조까지 익혀야 했기에 더욱 힘들어 했다.
20시간으로 예정된 1학기 수업을 간신히 마치며 많은 반성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대다수는 무척 힘들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논술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실패한 수업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고심끝에 생각한 것이 바로 신문을 활용한 수업(NIE)이었다. 신문은 살아있는 교과서나 다름없고 게다가 대부분의 기사가 논리적인 완결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논술 수업의 자료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기들어 시작한 첫 번째 수업부터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준비한 신문을 읽고 쟁점이 담긴 기사를 찾아 준비한 노트에 스크랩한 후,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고 교과 학습 시간에 배운 내용과의 관련성을 따져본다. 기사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전제 하에서, 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이 과정에 끝나면 같은 모둠에 속해 있는 학생들이 서로 노트를 돌려가면서 의견을 달아준다.
기사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설이나 칼럼 등 논쟁이 담긴 내용을 스크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사설이나 칼럼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논리적인 글의 구조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증가했다. 그야말로 논술의 본질을 익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논술문도 결국은 사설이나 칼럼처럼 일정한 구조를 갖춰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설이나 칼럼에 대한 분석은 결국 논술문을 이해하는 첩경이나 다름없었다.
모둠에서 한 사람씩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발표하면 수업이 끝난다. 이 때부터가 지도교사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이 작성한 노트를 수합하여 빠짐없이 읽어본 후, 잘된 점은 칭찬하고 부족한 점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일일이 써 준다. 일단 수업이 궤도에 오르면 지도교사는 안내자의 역할로도 충분하다. 신문을 읽고 적절한 기사를 찾아 오려붙인 후,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살아있는 수업의 실체를 보는 듯 하다.
2학기에 예정된 시간 가운데 현재 절반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1학기 때보다 훨씬 높다. 일단 논술이라는 딱딱한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글을 찾아 읽고 교과서와의 관련성을 짚어본 후,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만족하는 듯 싶다. 일부 학생들은 특정 사안에 대하여 자신이 직접 기사를 쓰기도 했다.
신문을 활용한 논술 수업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논술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자기주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수업이든 학습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이라면 가장 좋은 수업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