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고생 체벌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측은 야간자율학습시간에 10여 명의 학생이 무단으로 도망가서 담임교사가 지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체벌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이 담임교사로부터 수십 대의 매를 맞아 그 부당성을 호소한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거두절미하고 체벌은 일제시대의 잔재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체벌로 교육적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혹자는 대화보다 한 대의 매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가 무서워서 잠시 복종한 것뿐이지 마음까지 교화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매보다는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교사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한다면 감화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매도 맞아 본 사람이 때린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학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도 사실 학교 체벌에 그 원인이 있다. 어려서부터 체벌을 자연스레 보아 온 아이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그것을 흉내내는 것이다. 폭력은 반항심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게 만든다. 1970~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필자 또한 체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유신정권이 시퍼렇던 때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각종 체벌의 불쾌한 기억들이 아직도 수치심이란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을 주먹과 발로 몸을 짓밟고 뺨을 때리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받지 못한다. 교사는 속이 새까맣게 타도록 인내하며 미숙한 학생들을 성숙한 인격체로 길러내야 하는 성직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부터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언이 나온 것이다.
끝으로 일부 폭력 교사 때문에 전체 교사가 매도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지금도 열악한 교단을 지키며 호주머니를 털어 교내장학금을 주고 감기에 걸린 학생이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가 약을 사다 먹이는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사랑의 매’ 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체벌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세련된 교단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