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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연구하는 교사, 공부하는 학생상 정립해야

교육이 참으로 위기다. 진짜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고 학교는 친구들과 놀다가 피곤하면 엎드려 자고 그럭저럭 시간이나 채워서 졸업장 받아 나오는 곳쯤으로 인식되는 현실. 바르게 자라라는 뜻에서 건네는 선생님의 교육적 훈계를 ‘뉘 집 개가 짖느냐’는 식으로 그냥 웃어넘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기 비위에 조금이라도 안 맞는다 싶으면 학교를 찾아와 버럭버럭 큰소리부터 치고 보는 학부모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사이에서 무력감에 빠진 선생님들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회의할 수밖에 없고….

어쩌다 학교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거창한 교육이론이 없고 정부대책이나 지원이 미미하고 교육설비가 시원찮아서일까. 아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학교만 모르고 있고,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 심지어 우리보다 한참 뒤처져 있을 것 같은 중국까지도 얼마나 치열하게 교육을 혁신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무비전(vision), 무책임, 무사안일, 이른바 우리 교육의 3대 병폐를 이대로 방치하고서 나라의 미래를 논하는 일은 참으로 무의미하다. 오늘의 교육현실을 ‘퇴로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식하고 교육을 바로 세우려는 일선현장의 교단 교사들 모두의 대오각성과 실천적 참여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단위학교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은 확고한 교육철학과 경영비전으로 교직원과 학생을 이끌어나가야 하고 선생님들은 스스로의 본분을 깊이 자각하고 자신이 선 자리에서 교육을 바로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의 우리교육을 다시 세움에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 모두가 각자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스스로의 지적 성숙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책을 읽는 선생님, 밤을 세워가며 교재를 연구하는 선생님이 우리 주변에서 언제부터인지 사라져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귀찮고 까다로운 것은 ‘하지 말자’는 주의가 만연한 교단풍토 속에서는 우리가 열망하는 교권확립이나 공교육 되살리기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학습지도안 작성을 놓고 생각해 보자. 묻건대 학습지도안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날마다 다르게 전개되는 다양한 수업상황에 맞는, 수준차가 있는 수업대상을 충분히 고려한 그 복잡한 수업 설계를 제대로 담고나 수업에 임하고 있는 것이며, 자신의 기억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매 시간 반드시 가르쳐야할 지식의 핵심이 빠짐없이 저장되어 있는 것일까.

준비를 하고 또 해도 언제나 실패하기 쉬운 것이 수업 아니던가. 그런 수업을 지도계획안 한 장 쓰지 않고서 무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교육전문가로서의 자기 포기요, 배우는 아이들에 대한 인격 무시라고 할 수 있다. 공부하지 않는 선생님은 절대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다. 자격증을 가졌다는 것은 교사로 임용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 부단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교사만이 아이들의 지적능력을 계발시키고 더 높은 세계로의 성장을 안내할 수 있다.

'수업중심의 학교교육'으로 돌아가는 또 다른 지름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연구하는 교사의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교단의 연구풍토를 조성한답시고 학년 초에 연구부장이 연구주제 하나씩 써내라 하면 제목만 그럴싸한 것으로 적어낼 뿐, 학년말에 누구 한사람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제출하는 사람도 없고, 그것을 챙겨보는 학교경영자 또한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는 교사의 연구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전문성 향상을 위해 모든 교사들로 하여금 1년에 1편씩 교육관련 연구수행 보고서를 제출을 의무화하고 그것을 근무평정의 주요 척도로 삼는 한편 일정한 승진 부가점으로 그 수고를 보상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단위학교의 우수연구보고서를 선정 시상하고 연구 자료집을 간행함은 물론 웹상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의미 있는 연구 성과로 축적해 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의 장학자료(교과용 도서 포함) 등을 개발하는 유능한 교원들에 대해서도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별도 심사에 의거 승진에 필요한 선택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교사들의 연구능력 향상을 적극 지원함이 바람직하다. 연구하는 교사가 많아져야 우리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라고 할 때 수업혁신은 그 중심에 놓인 핵심기제이다. 이미 대전광역시교육청에서 학력신장의 일환으로 수업혁신 114운동을 추진 중인 운동인데 굉장히 성과가 높다고 한다. 남의 것이라 해서 외면하기보다 좋은 것은 과감히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수업혁신 114운동이란, 모든 교사가 수업공개 연1회 이상, 자기 수업 모니터링 연 1회 이상, 타 교사 수업 참관 연4회 이상을 통해 수업 기술의 향상과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하여 학교별 계획에 의거 추진하는 사업인데 전국적으로 일반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화제를 학생 쪽으로 돌려보자. 공부는 선생님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야말로 자신의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교육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입시공부야 학원에서 날밤을 세워가며 한다고들 하지만 진정한 탐구력 배양의 내공을 쌓아가는 기본공부, 자발적으로 공부가 즐거워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제안하건대, 1학생 1연구과제 수행을 모든 학교의 중점시책으로 적극 권장해 나가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입시중심 교육체제 속에서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단편적 지식위주의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일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미래사회 대비 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소집단 형태의 다양한 연구 동아리를 만들어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1년에 1편씩 탐구 주제를 설정하고 스스로 연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끊임없이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한다. 이 경우 탐구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수업시수 제한이 있는 정규교과 활동의 일환으로보다는 재량활동의 한 범주로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공교육이 살아나야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 하루 빨리 학교가 제자리를 잡고 선생님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가르치는 가운데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관심과 노력이 부단한 연구를 통한 자기연찬으로 모아지고, 학생 또한 즐거운 공부를 통해 자신의 창의성을 키워내는 쪽으로 면학열을 불태울 때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교육의 질 향상을 통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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