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편의시설 설치를, 학부모들은 교육의 법적 권리를 우선 순위로 꼽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정보격차 해소를 가장 우선 순위로 든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지난 몇 년간 교육정보화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다.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이어 이제 2단계 정보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눈을 돌려보면 초·중등 정보화에서 특수학교 학생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보 평등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세심한 배려가 없다면 정보화 추진으로 일반학생과 장애학생과의 격차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관심에서 밀려난 특수학교=특수학교의 정보화 인프라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1년 초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편람에서 교육용, 교원용, 행정용 컴퓨터 몇 대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간략한 통계만이 가장 최신의 정보다. 체계적으로 지원되고 관리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다. 물론 정보화 예산에서 특수학교 학생을 위한 별도의 지원 항목은 없다.
특수학교에 필요한 정보화 도구는 사실 일반학교와는 차이가 난다. 특수학교에 컴퓨터가 지원되면 음성지원 등 각종 프로그램을 별도로 재설치해야 한다. 물론 장애영역별로도 틀려진다. 초·중등학교 정보화와는 다르게 지원돼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국립특수교육원 강경숙 연구사는 "장애학생의 요구에 맞는 지원이 필요한데 외부에서 학교에 기부를 할 때 구형의 하드웨어나 프로그램을 기부하는 경우가 있다. 장애학생에게는 기본적인 것만 주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실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와는 달리 특별한 요구에 맞는 지원이 바람직하다.
물론 더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원은 오히려 낭비의 소지마저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사는 또 "특수학급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특수학급 만을 위해 별도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학급수별로 나오기 때문에 특수학급은 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이 때문에 분쟁도 가끔 발생한다는 교사들의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교육복지정보센터 김종무 팀장은 "최근 교육부 특수교육보건과가 중심이 돼 맹학교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컴퓨터 단말기 1500대가 지급됐는데 이는 획기적인 사업"이라며 "나머지 장애영역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부족한 컨텐츠
특수학교도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수-학습용의 다양한 컨텐츠 개발이 요구된다. 하지만 97∼99년까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초·중·고 모두 합해 3610종을 개발한 것과 비교해 특수학교는 22종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수학교에서 활용되는 학습자료는 시간 시간마다 교사가 상황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하고 쉽게 편집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과 매체 제작실 형태의 교실환경 구축이 시급하다. 에듀넷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컨텐츠의 경우 2000년도에 개발된 것인데 그것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로 소스 위주로 돼 있고 개발한 업체가 과목마다 달라 질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특수학급을 담당하고 있는 분당 돌마고 김규일 교사는 "아무래도 시장성이 없다보니 민간에서도 상품화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소요되기는 하겠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지역별·학교별로 자체적인 컨텐츠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복개발되는 부분이 많아 체계적인 계획수립과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이 특수학교 교사 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특수학교 정보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학생 개개인의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알맞은 프로그램의 개발과 그에 따르는 정보화 시설의 확충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특수학교 정보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 37%가 장애인 전용 프로그램 개발이라고 응답했으며 정보화 기반시설 구축이 20%, 정보화 관련 연수기회 확대가 18%, 정보화 전문인력 배치가 16%, 각종 프로그램 구입이 7%로 나타났다. 또 지원받기 원하는 교수-학습자료의
형태에 관한 설문에 45%가 동영상이라고 응답했고 37%는 CD, 웹기반자료가 10%로 조사됐다.
■ 시급한 교사 정보화 교육
사실 컨텐츠 부족을 해결해야하는 부담은 교사들의 몫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교재와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강 연구사는 "현재 학교의 자체적 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교사가 여러 이유로 적극적인 지도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정보화 문맹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교사에 대한 정보화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돌마고 김 교사도 "정신지체아의 경우 정신연령을 고려해 유치원 교재를 참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생활연령과 정신연령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다"며 "수학을 가르쳐도 생활속에서 복합적으로 가르쳐야 하므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컨텐츠도 통합적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매체 활용에 대한 연수 기회 또한 다양하게 제공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수교육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정보화 관련 연수에 대해 36%가 한번도 연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1회가 30%로 나타나 대부분의 교사가 정보화 관련 연수를 받지 못하거나 1번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시간을 봐도 연수를 받은 응답자의 33%가 30시간 연수를 받았으며 60시간은 21%, 120시간인 전문과정은 응답자 중 1명만이 대답해 아직도 특수교사의 대부분이 기초과정의 연수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보화 관련 연수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응답자의 13%만 만족한다고 대답한 반면, 응답자의 22%가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연수의 전반적인 부분에 많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교육 교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화 관련 연수 프로그램의 운영에 대한 질문에 64%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특수학교 교사들이 정보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교사들에게 자율연수의 기회와 그에 따르는 시간·경비를 지원해주고 더 많은 수의 교사가 원하는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연수 기회 또한 확대해야 한다.
김종무 팀장은 "일반교사보다 오히려 프로그램 재구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화에 대한 비중이 오히려 클 수가 있다"며 "특수교육 교사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수 계획을 세우면 보다 많은 특수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