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子失敎(남자실교)면 長必頑愚(장필완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명심보감 훈자편(訓子篇) 첫머리에 나온다. 아들을 가르치지 않으면 자라서 반드시 난폭하고 어리석게 된다는 말이다.
남자(男子)는 남자, 여자의 남자일수도 있다. 하지만 훈자편에 나오는 말로 자식을 훈계하는 말씀이니 남자(男子)는 남자 아이 또는 아들이라고 하면 무방할 것 같다. 여기서 실교(失敎)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먼저 실교(失敎)는 가르치지 않다는 뜻이 있다. 부모가 아들을 가르치지 않으면 난하게 되고 어리석게 된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부모가 자식을 가르쳐야 함을 말해 준다. 즉 부모님의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준다. 자식이 가정에서 배우지 않으면 행동이 거칠게 된다. 행동이 난폭하게 된다. 또 어리석게 되고 둔하게 된다. 부모가 실망할 정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자녀들에 대한 인성교육은 철저히 시켜야 함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배우지 않으면 난폭하게 되고 어리석게 된다는 말은 무턱대고 한 말이 아니다. 강태공은 알다시피 선군(先君)인 태왕이 오랫동안 바라고 바라던 어진 인물이 아닌가? 인품이 잘 갖추어진 분이다. 본인의 인품이 고귀하니 인품이 거친 이를 예사로이 보았겠는가? 가정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자식이 반듯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음을 보고 얼마나 안타까이 여겼겠는가? 그래서 자식을 훈계하는 첫머리에서부터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실교(失敎)는 가르치는 시기를 놓쳤다는 듯이 포함되어 있다. 실(失)이 잃었다는 뜻이니 무엇을 잃었겠는가? 그게 바로 가르치는 시기가 아니겠는가? 인성교육은 가르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됨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부모의 따뜻한 품에 있을 때 가르쳐야 한다. 부모형제의 따뜻한 울 아래 있을 때 가르쳐야 한다. 부모의 말씀을 가장 순수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는 시기는 언제인가? 부모가 가르칠 때이다. 그 때가 바로 어릴 때이다. 학교에 다니기 전이다. 저학년 때이다. 초등학교 때이다. 중,고등학교 때이다. 이 시기를 벗어나면 그 다음부터는 효과가 떨어진다. 가르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고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시켜주겠지 하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가정교육의 밑바탕에서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은 완성되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만 가르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딸도 마찬가지다. 여자실교(女子失敎)면 장필추소(長必麤疎)라고 했다. 딸을 가르치지 않으면 자라서 반드시 거칠고 허술하게 된다고 하였다. 딸이 거칠면 어떻게 되겠나? 딸이 허술하면 얼마나 어설프겠는가? 소(疎)는 ‘솜씨가 없다’는 뜻도 있으니 가르치지 않으면 거칠게 되고 솜씨도 없게 된다고 하였다. 음식하는 것도 할머니와 어머니의 솜씨를 배워야 한다. 바느질 하는 것도 할머니와 어머니의 솜씨를 배워야 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할머니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솜씨를 배워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도 조부와 부모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래야 딸 아이답게 반듯하게 자라나게 될 것이다.
강태공이 말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必)’를 강조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아들과 딸을 가르치지 않으면 반드시 어리석게 되고 난폭하게 되고 반드시 거칠게 되고 솜씨가 없게 된다고 하였다. 가르치지 않으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강조하였다.
생계가 바빠 자녀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학력에만 관심이 있고 인성교육 에 관심이 없는 분께서는 ‘남자실교면 장필완우요 여자실교면 장필추소’라는 말을 꼭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