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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하늘 나는 것이 쉬운 줄 아느냐

설이 되어 고향에 다녀 왔다. 멀리 부천과 인천에 사는 큰형과 둘째형 가족들도 왔다. 셋째형은 경찰이라 명절에 쉬지 못하니 그 섭섭함이야 어쩌랴. 그런데 이번에 내려온 장조카가 수능시험을 봤는데 생각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해 얼굴이 약간은 어두워 보였다. 대학이 무엇이기에 젊은 애들 얼굴에 이러한 먹구름을 드리우게 만드는지 속이 답답하기도 하여 두 가지 이야기로 조카에게 위로와 함께 격려를 대신하고자 한다.

하계 올림픽의 꽃은 역시 마지막 날 열리는 마라톤일 것이다. 그 중에서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마라토너 존 아쿠아리라는 선수의 선전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는 출발 몇 분 만에 옆 선수와 부딪쳐서 무릎이 찢어지고 정강이뼈가 탈골되는 중상을 입었다. 의료진과 주위 사람들은 더 이상 뛰기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는 벌떡 일어나 절뚝거리며 결승전을 향해 달렸다.

폐막식도 끝나고 경기장 조명도 꺼진 주경기장에 붕대를 감고 피를 흘리며 도착하자 어느 기자가 물었다고 한다.

“왜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이길 가능성은 없었는데.”
“조국은 나를 출발점에 서라고 보낸 게 아니라 결승점까지 들어오라고 보내주었습니다.”

존 아쿠아리에게 마라톤은 뛰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었지 우승 여부는 별개였을 것이다. 합격 여부가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겠지만 작은 것에 매몰되어 주변을 잘 보지 못하는 일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보람이다. 현실은 냉혹하고 거칠겠지만 학문하는 본뜻도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어느 갈매기 이야기다. 알을 까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갈매기는 하늘을 나려고 노력했다. 두 날갯죽지에 힘을 주고 날아 보려고 했으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까마득한 벼랑에서 보이는 저 시퍼런 강물로 곤두박질 칠 것 같아서였다. 맞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새끼갈매기는 나는 것을 포기했다.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 모습을 보던 경험 많은 어른갈매기가 한 마디 했다.

"얘야, 하늘을 나는 것이 그리 쉬울 줄 알았더냐. 우리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수백 번, 수천 번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때로는 바람에 맞서야 하기도 하고, 바람을 타고 날아야 한다. 우박 한번 맞지 않고 하늘을 날았던 갈매기가 있는 줄 아느냐?"

실패는 흔한 일이다. 어느 누구나 한번쯤 실패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한 것에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것에 굴하여 주저앉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간에 네가 선택한 그 길에 후회 없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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