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이후로 다가온 대학입시 완전자율화를 앞두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자율권을 갖게 될 대학들이 선택할 전형 방법에 따라 공교육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마다 ‘우수학생 선점’에 따른 전형 방법을 고수한다면 공교육은 치열한 점수따기 경쟁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게다가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대학이 이를 허물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모집 1단계 전형에서 내신 등급이 저조한 외국어고 학생을 무더기로 합격시키고 등급이 양호한 일반고생을 대거 탈락시켰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와 경희대는 영어 지문과 수학 풀이 과정을 묻는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본고사와 흡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2학년도 입시 계획안에 대하여 일찌감치 소신을 밝힌 대학도 있다. 연세대는 총장이 직접 수시모집에서 현재의 논술보다 심화된 대학별고사(본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강대는 모집 단위별 전형을 다양화하고 성균관대도 수시모집 때 계열별 고사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직은 몇몇 대학에 불과하지만 2012학년도 대입 전형과 관련하여 입장을 밝힌 대학들의 공통점은 현재의 논술보다는 좀 더 심화된 형태의 대학별 고사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때는 공교육이 처한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대입 자율화를 대학이 일방통행식으로 밀고 나간다면 공교육은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 뻔이다. 대학에 주어진 자율권은 사회적 책무도 함께 따른다는 점에서 그 방향은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입시 정상화를 위해 고교와 대학 간의 입시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고교와 대학 간의 입시협의체는 이미 2006년에 대교협이 주관하여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과 고교 진학교사가 논술고사를 포함한 대입전형 등 현안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고교-대학 입시관계자 상호협의회’를 결성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대교협이 입시를 주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일회성 행사로 그친 아쉬움이 있다.
대입 완전자율화의 전제는 공교육 정상화에 있다. 그런 점에서 고교와 대학 간 입시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실익이 많다. 고교는 대학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대학도 고교교육의 실상을 충분히 파악하여 전형 방법에 반영할 수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본고사에 대해서도 고교교육이 수용 가능한 정도에서 얼마든지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학입시를 주관하고 있는 대교협에서 고교와 대학 간 입시협의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교 입장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고 있으나 문제는 대학이다. 일단 입시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이 결정권을 가진 만큼 고교 측에서 다양한 요구사항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대학들이 협의체 참여를 꺼리고 있다.
우리 입시는 그동안 대학이 결정하면 고교는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늘 공교육의 위기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고교와 대학은 이원화된 교육 체계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보완관계에 있다. 그런 점에서 고교와 대학이 입시협의체를 구성하여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전형 방법을 찾아낸다면 우리 교육도 그만큼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