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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언론 매체에서 본 우리말 표기 오류 몇 개


현대인은 언론 매체와 어울려 산다. 신문을 보고, 방송을 보고, 다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 현대인에게 언론 매체는 생활의 일부이다. 그러기에 이 언론 매체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끝이 없다. 특히 언론 매체는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주에도 우리 주변은 졸업식, 대보름, 밸런타인데이 행사가 있었다. 언론도 그와 관련된 정보를 쏟아냈다. 그런데 맞춤법이 틀린 것이 몇 개 있었다.

(1) 인사권자가 당초에는 공단이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가 몇일 후 태도가 바뀌었다.(J일보, 2009년 2월 13일)
(2) 화요비-환희 개똥이 커플이 14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 점에서 발렌타인데이 합동 콘서트를 가졌다.(인터넷 뉴스, 2009년 2월 14일)
(3) 초콜렛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다.(00 뉴스, 2009년 2월 14일)
(4) 담임과 학생들이 희노애락을 같이 하면서 정을 쌓고 염화시중의 미소가 통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00닷컴, 2009년 2월 14일)
(5) 부럼 깨다 이빨 깨질라(00 뉴스, 2009년 2월 14일)
(6) 눈 덮힌 한라산(00 뉴스, 2009년 2월 14일)

(1)에서 ‘몇일’은 ‘며칠’이 바른 표기다. 먼저 한글맞춤법 제27항 ‘붙임 2’에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다.(골병/골탕/끌탕/며칠/아재비/오라비/업신여기다/부리나케) 이 규정은 결국 ‘며칠’이 ‘몇’과 ‘일(日)’의 합성어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만약 ‘며칠’이 실질 형태소인 ‘몇’과 ‘일’의 합성어라면 ‘몇 년[멷년>면년]’, ‘몇 월[멷월>며둴]’의 발음과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즉 ‘몇일’도 [멷일>면닐]이라고 발음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며칠’은 형식 형태소가 결합하는 형식에서와 마찬가지로 ‘ㅊ’ 받침이 내리 이어져 [며칠]로 발음된다. 이는 ‘며칠’이 ‘몇 일’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단어는 소리 나는 대로 ‘며칠’로 적어야 한다.

(2)의 ‘발렌타인데이’는 외래어 표기가 잘못되었다. ‘발렌타인데이’는 ‘밸런타인-데이(Valentine Day)’이다. 이는 원지음을 최대한 반영해서 표기한 것이다.

(3)의 ‘초콜렛’도 ‘chocolate’의 발음이 [초콜릿]이라고 나므로 우리말에서도 ‘초콜릿’이라고 표기하고 했다.

(4) ‘희노애락’은 ‘희로애락’이 바른 표기다. ‘희로애락’의 한자가 ‘喜怒哀樂’이고, ‘怒’가 ‘성낼 노’이기 때문에 이렇게 본음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활음조 현상으로 ‘희노애락’에서 ‘희로애락’으로 바뀌었다. ‘활음조’란 발음하기 어렵거나 좋지 못한 소리를 발음하기 편리하도록 바꾸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허낙(許諾)>허락, 한아버지>할아버지, 곤난(困難)>곤란, 대노(大怒)>대로’로 된 것이 같은 현상이다.

(5)의 ‘이빨’이라는 표현도 거슬린다. 물론 표준국어사전에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하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사람의 치아는 ‘이’로 하고, 짐승의 것이나 물건의 뾰족한 부분에는 ‘이빨’로 쓴다.(사자가 이빨을 드러냈다./톱의 이빨이 나갔다.)

(6) ‘덮힌’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덮인’이 바른 표현이다. ‘덮다’의 피동형으로 ‘덮이다’를 써야 한다.(책상에 책상보가 덮여 있다./밥상이 상보로 덮여 있었다./주전자의 뚜껑이 덮여 있지 않으면 김이 나간다./들판이 온통 눈으로 덮인 광경이 장관이었다./베일에 덮여 있던 사건을 들추어내다. 등)

우리는 모두 국어를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국어사용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현실은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국어 능력은 학교 교육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을 해서 신장시켜야 한다.

혹자는 가끔 필자의 지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오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지적으로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이야기 했지만 이 기회에 다시 언급한다. 필자의 지적은 우리말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자는 의사 표시이다. 우리 국어를 가꾸고 다듬기 위한 노력으로 여겨주기 바랄 뿐이다. 결코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힐난하고자 하는 뜻은 없다는 것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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