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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력 평가, 대학 입시와 함께 가야 한다

지난 16일 공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두고 교육계가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학력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난 교육청은 느긋한 반면, 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난 교육청은 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낙제(기초학력 미달) 수준 학생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서울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장·교감의 인사에 반영하고 예산까지 차별화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특징은 사교육 인프라가 가장 좋다는 수도권 지역에서 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이 우수한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력 미달 학생이 많다는 것은 소위 수월성 교육을 내세워 국제중,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데 전념하느라 일반 학교나 교육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소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평가 결과에 대하여 신뢰할 수 없다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학생들의 소속 학교에서 치러진 이번 평가는 성적이 공개되는 만큼 엄격한 관리 감독과 공정한 채점 등 객관적인 시스템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개별 학교 차원에 맡긴 채 결과만 수합하여 성적을 산출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며칠 전까지 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아 ‘최상위’로 인정받으며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던 임실군의 초등학교 성적이 감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유감을 표명했다. 안 장관은 이번 평가의 목적이 학업 성적이 미진한 학교와 학생에 대해 지원하고자 하는 의도였다며 그렇더라도 평가의 신뢰성 차원에서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와 채점, 집계 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 수장이 평가의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으로서 교육 정책의 신뢰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문제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일제고사의 특성상 지나친 교과 지식 위주의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점이다. 특히 평가 결과에 따라 인사상, 재정상 차등을 두겠다는 교육청마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고 이번처럼 성적 부풀리기나 미달 학생 성적 누락 등 비교육적인 방법이 일반화될 개연성마저 높다.

공교육의 교육 과정이나 평가 방법은 대학 입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향후 대학입시의 큰 흐름은 점수보다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입학사정관제로 모아지고 있다. 대학입시를 주도하고 있는 대학교육협의회의 손병두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대학입시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향후 대입 자율화에 따른 전형 방법은 어디까지나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예정이고 그 핵심에 입학사정관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교협의 입장처럼 향후 대학입시의 방향이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현재와 같은 교과 지식 위주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물론 교육 당국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어디까지나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학교나 학생을 지원하는데 국한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현실은 서열화된 성적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른 파문을 보면서 대학이 추구하는 입시 정책과 공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서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공교육은 대학입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현재와 같은 교과 지식 위주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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