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 이메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선생님, 공부하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견하였다. 확인 결과, 그 메일은 우리 반 한 여학생에게서 온 것이었다. 메일에서 그 아이는 자신의 현재 심정을 적나라하게 적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토로하고자 담임인 내게 용기 내어 편지를 보낸다고 하였다.
2학년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아이가 고3이 되어 갑자기 공부를 하려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었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모른다고 하였다. 방학을 이용하여 독서실에 다니고는 있지만,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냥 집으로 오는 날이 더 많다고 하였다.
고3인데도 아직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그 아이의 말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그 마음만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고3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공부를 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읽고 난 뒤, 공부하는 방법 몇 가지를 적어주고 실천해 보라고 하였다.
가끔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공부는 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자주 대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학부모의 공통점은 자녀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한다는 사실이었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강요만 했을 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들어 아이를 설득한 부모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자녀의 환경과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의 수기를 들먹이며 그렇게 하도록 종용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이 공부를 더 멀리 할 수 있는 소지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공부하는 대부분 아이들의 경우,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하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동기유발(Motivation)이 아닌가 싶다. 예전보다 부모의 학력이 높아짐에 따라 자녀의 교육열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에 대한 지나친 욕심보다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 주는 것이 선행(先行)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면 열심히 노력은 하나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아이와 부모도 있었다. 평소에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시험 때가 되면 밤을 새워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한 아이의 경우, 시험공부를 할 때는 다 아는 내용이 시험지만 받아보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하물며 격려보다 머리가 나쁜 것 같다는 부모의 핀잔에 자존심이 더 상해 공부가 싫다고 하였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의 격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특징이 주입식 공부에 길든 탓이기에 우선 사고력과 응용력을 기르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열심히 하는 아이인 만큼 공부하는 방법만 터득한다면 성적향상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학교보다 학원공부에 더 치중하는 아이를 둔 한 학부모의 경우, 자녀의 내신 때문에 큰 고민을 하였다. 매월 치르는 학력평가(모의고사)에서는 영역별로 등급(평균 2.5등급)이 잘 나오는 반면 내신 성적(평균 4.5등급)이 좋지 않아 가고자 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였다.
어차피 학교 내신(교과영역)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평가하기 때문에 교과 시간마다 집중하여 듣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며 최소한 주요과목의 예습과 복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과목별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중(10%∼30%) 또한 높으므로 사전에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제출하는 것도 좋으리라 본다.
3월 개학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성적을 올리려고 다시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다. 경제적인 위기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학부모가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공교육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학원과 차별화된 교육모토가 필요할 것이며 공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교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