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무엇일까. 간단히 설명하면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에서 행정 서비스를 하는 사람을 이른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한때 정치적 영욕의 그늘에 있기도 했다. 독재 정부 시절에는 권력의 시녀로 동원되는 것을 물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다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그 역할과 책임이 새롭게 정착되었다. 특히 21세기 사회에서는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공무원의 새로운 모습이 요구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공무원에 대한 경제적 대우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건국 초기부터 IMF 경제 위기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은 박봉의 대명사처럼 거론되었다. IMF 경제 한파 이후에는 고용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최고의 직업이라는 사회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로 인해 공무원 대우가 언론에 자주 거론되고 다른 직업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교 과정에서 공무원 조직을 왜곡하고 있다. 우선 공무원 연금 제도가 그렇다. 언론에서 국민 연금 운용 부실을 말하면서 공무원 연금과 자주 비교한다. 그리고 국민 연금에 비해 공무원 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으며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공무원 연금은 퇴직금이다. 일반 기업은 퇴직금도 받고 국민 연금도 받는다. 하지만 공무원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느냐, 연금으로 받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뿐이다. 공무원 연금은 특별한 대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는 봉직 동안 보수를 충분히 지급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경제적 대우이다.
국민 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복지 제도이다. 이것을 공무원 연금과 수평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 연금이 잘못되었다면 국민 연금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 운영 부실을 무턱대고 많이 받는 구조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것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경제력으로 그리 떨어지는 국가가 아니다. 그런데도 공무원 연금 국가 부담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낮다. 이는 공무원 본인 부담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의미이다.
최근 방송의 뉴스 보도도 공무원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뉴스에서 일반 서민은 대학 학자금을 7%의 이자로 대출해주고 공무원 자녀에게는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방송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이 등록금 대출을 받고 비싼 이자를 부담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기자는 여대생의 인터뷰 다음에 공무원 부모를 둔 학생에게는 이런 고생은 남 얘기라며 은근히 비꼬고 있다. 즉 공무원은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있어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기자는 말미에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공무원이 많은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움켜쥐고 있어, 지금도 수많은 학생이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방송 내용은 직접적인 거짓은 없다.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 자녀 대학 등록금 대출은 고용자인 국가가 공무원에게 부여한 복지 제도이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조차 직원 자녀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공무원 자녀는 그나마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방송은 마치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혜택을 공무원이 가로채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사실 왜곡을 넘어 악의적 의도가 숨어 있다. 고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의 어려움을 보도하고 싶다면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공무원은 국민의 법적 조직체인 국가 기관의 구성자로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경제적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당한 대우도 안 해주고 무한 책임과 헌신적인 봉사만 요구한다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국가 예산이 허락된다면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국민 모두가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려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우를 안 해도 공무원은 철밥통이기 때문에 몰려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것은 취업 시장이 열악하고 또 공무원 시험이 가장 공정하고 누구에나 열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양적 팽창에 힘을 쏟았다. 이제는 한계가 왔다. 국가의 성장 동력을 질적 향상에서 찾아야 한다. 삶의 질 향상을 하는 것도 국가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것이고 동시에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공적 업무 수행을 직접 담당하는 공무원의 역할이 기대된다. 무턱대고 탓잡기 보다는 국가의 중책을 맡기기 위한 사명감을 일깨우는 여론이 형성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