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어느 출판사의 한문교과서에 보면 松都三絶(송도삼절)이란 고사가 나온다. 송도는 지금의 개성을 말하고 삼절은 세 가지의 기이한 것으로 ‘세 가지에 뛰어남’이란 뜻이다. 내용을 보면 황진이가 서화담에게 말하기를 “송도삼절은 박연폭포와 선생 및 저입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선생은 서화담 즉 서경덕을 말한다. 저는 황진이이다.
서화담은 조선조 중종 때의 유학자이고 개성 화담에 살았으므로 제자들이 화담 선생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18세 때 대학(大學)을 읽고 크게 깨친 바 있어 진사시험에 합격했으나 벼슬길을 버리고 평생 학문연구와 후진교육에 전념하신 분이시다.
그분은 요즘 울산교육이 강조하는 학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분이시다. 대학자이셨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비이셨다. 그뿐 아니라 그의 인격이 너무 고매하였고 덕망이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환한 달처럼 흠모하며 사모하는 분이시다.
서화담은 황진이 때문에 유명한 분이라 할 수 있다. 황진이는 알다시피 절세의 미인 아닌가? 거기에다 뛰어난 재능과 발란한 개성을 자랑한 분이다. 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결국은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지족선사다. 30년 동안 벽을 면하여 수도하였으나 황진이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정도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유혹하여 넘어지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지지 아니한 분이 한 분 있으니 그분이 바로 서화담 선생님이신 것이다. 황진이는 웬만하면 자기의 유혹에 넘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서화담 선생님에게 접근을 하였으나 선생님은 흔들리지 않았다. 넘어지지 않았다. 눈길도 주지 않았다.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중심을 잃지 않았다.
몇 번이고 만나 유혹의 손길을 뻗쳤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남녀사랑의 관계는 포기하고 선생님과 제자가의 관계를 세워나갔던 것이다. 더 이상 뜻을 이루지 못할 바에는 선생님에게 학문도 배우고 시도 배우고 인품도 배우고 삶을 배워서 영원한 스승으로 삼을 각오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말 서화담 선생님이시야말로 송도에서 가장 뛰어난 분이십니다.’라고 고백을 하게 된 것이다. 지족선사와 비교하면서 서화담 선생님의 높은 인격을 치하한 것이다. 그리고 마음으로 사랑하게도 되었고 그분을 높여 청산리벽계수(靑山裏碧溪水) 즉 푸른 산 속에 흐르는 맑은 계곡수라고 높이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분들이 서화담을 가슴에 담으려고 애를 쓰고 그의 인품을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심지어 한의원도 서화담 한의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서화담 문집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서화담 선생님을 닮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을 서화담 선생님과 같은 실력이 뛰어나고 인품이 고매한 그런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을 닦아나가야 하리라 본다. 서화담 선생님의 푸른 산 속에 흐르는 맑은 계곡물처럼 맑고 깨끗한 심성을 길러나가면 좋을 것 같다.
나의 탁월한 실력과 인품 때문에 나의 실력을 탄복하며 나의 인품에 매료되어 많은 친구들이 나를 가까이 하고 나와의 만남을 계속 하기를 바라고 원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겠는가? 서화담 선생님처럼 탁월한 실력과 고매한 인격과 흔들리지 않은 중심을 늘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