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철밥통으로 유명했던 교수사회에 교수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실적을 내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이 나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거나 제때 졸업하지 못하게 불이익을 주는 등 학생들에게도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의 개혁은 이제 학생 선발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일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시험, 면접 전형이다. 카이스트는 이 전형 방법으로 150명(신입생 정원의 15~20%)을 선발하는데, 이 가운데서도 농산어촌,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선발 인원의 20%를 우선 배정한다. 선발 방법은 성적순이 아니다. 전국의 고교로부터 잠재력과 창의력을 갖춘 학생 1명씩을 추천받아 카이스트 소속 입학사정관이 해당 학교를 방문하여 담임교사, 학교장과 면담을 거쳐 2배수(300명)를 선발하고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150명을 선발한다.
이번 입시개혁안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그 동안 상장을 남발하는 등 사교육 유발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던 주요 경시대회 성적을 아예 입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많은 대학이 특별전형에서 경시대회 성적을 핵심 전형 요소를 활용함에 따라 학부모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교육에 의존하는 등 그 부작용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카이스트가 경시대회 성적을 배제하고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성을 중심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은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중시하겠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카이스트가 마련한 입시개혁안은 향후 대학입시를 주도할 입학사정관제의 바람직한 방향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교육계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입시에서 일부 명문대학들이 소위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고 학생들에게 문호를 넓힌 카이스트의 선택은 더욱 국민적 공감대가 클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경제난의 여파로 인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계(家計)마다 씀씀이를 줄이며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런데도 지출 목록에서 사교육비만큼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와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룰 수 없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사교육비가 가정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육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따라서 이번 카이스트의 입시개혁안은 공교육 활성화에 큰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고질적인 사교육 병폐를 바로잡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리 나라가 학문 분야에서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쟁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학생을 선발할 때, 수치화된 점수보다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더 중요시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카이스트의 입시개혁안은 선진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카이스트의 뒤를 이어 포스텍도 2010학년도 신입생 전원을 수능시험 성적을 배제하고 서류 심사와 면접만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 이들 대학의 입시개혁안이 공교육 정상화는 물론이고 우리 교육의 해묵을 숙제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