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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재원(才媛)과 재자(才子)

재주가 있는 사람을 일컬어 재원(才媛)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한자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재주가 있는 젊은 여자를 수식할 때만 사용해야 하는 말이다. 즉 ‘원(媛)’의 새김이 ‘미녀(재덕이 뛰어난 미인), 우아한 여자, 아름답다, 예쁘다, 궁녀(궁중의 시녀)’이다. 사전의 용례도

○ 그 처녀는 이 지방에서 이름난 재원이다.
○ 그녀는 미모와 폭넓은 교양을 갖춘 재원이다.
○ “그럼 소문난 재원이지. 외며느리 그만큼 보기 어렵다고 다들 얼마나 부러워했니.”(박완서, 해산 바가지)

처럼, 여자에게만 쓰고 있다. 재원과 같은 말로 재녀(才女, 이렇게 좋은 시를 선뜻 지어 내는 것을 보니 재녀란 소문이 헛소리가 아니올시다.)와 재온(才媼)이 있다. 여기서도 ‘女, 媼’은 여자이다. 재원과 마찬가지로 여자를 지칭할 때만 써야 한다.

그런데 일상 언어생활에서 ‘재원’을 남자에게도 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 부성철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드라마 ‘로비스트’와 ‘스타의 연인’을 통해 드라마 속에 영화적 영상미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세계일보 2009. 1. 11.)
○ 맏집 손자는 군복무 중에 휴가를 얻어 왔는데, 서애 선생의 16대 종손이 될 젊은이다. 대종손과 항렬이 같다. 그리고 둘째집(이도 둘쨋집이 바른 표기) 맏이는 고려대 법대에 수시 합격해 1학년에 재학 중인 재원이다.(주간 한국 2007. 6. 4)

여기에서 쓰인 ‘재원’은 모두 잘못이다. 의미상 남자를 지칭하고 있으니, 이때는 ‘재사(才士)’라고 해야 한다. ‘재사(才士)’는 ‘재주가 뛰어난 남자’다.

○ 그는 당대의 재사로 이름을 떨쳤다.
○ 그는 재사로 이름난 선비였다.
○ 젊어 그는 그 지방의 손꼽는 재사로서…그의 자취가 이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재사(才士)’와 같은 의미로 ‘재자(才子)’라는 단어도 쓴다. 재원은 여자에게만 쓴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젊은 여자에게 무턱대고 재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관행도 지양해야 한다.

○ 예비신부 황씨는 10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재직해온 미모의 재원으로 순수하면서도 착한 매력을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일간스포츠 2009. 3. 11.)
○ 언니 예랑은 2005년 김해전국가야금대회에서 가야금 산조로 최연소 대통령상을 수상한 국악계의 실력가다. 동생 사랑은 가야금 연주는 물론 음악의 이론을 대학에서 전공하고 현재 서울대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는 재원이다.(뉴스엔 2008. 5. 23.)

예에서 앞은 결혼을 앞둔 젊은 여자에 대해 ‘재원’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그런데 문맥을 보면 여자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정보는 없다. 막연하게 결혼 적령기의 여자에게 붙였다. 이런 경우가 많은데 삼갈 일이다.

뒤의 예는 가야금에 ‘재주’를 보이고 있으니 적합한 표현인 듯하다. 하지만 이도 뒤에 멀리 가 있다. 마치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재원이라고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미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서 앞으로 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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