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당국과 정당, 교직단체 등 교육주체들이 학교 '자치'와 '참여'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며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1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교육개발원 주최 '공교육내실화를 위한 교육공동체적 접근방안 모색-교육지도자 워크숍'에서 민주당 엄기형 정책보좌역은 학운위 성격의 학교별 선택 등을 골자로 한 '교육공동체 역할정립방안'을 발표해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학교자치의 강화를 바탕으로 학교자율운영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제한 엄 정책보좌역은 우선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를 법제화하고 그 대표자들이 학운위에 참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법제화된 교사회와 학부모회가 학교운영위원회의 성격을 자문, 심의 또는 의결기구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고 말했다. 또 엄 보좌역은 "학교자치로 교육과정 업무 등이 대폭 이양되더라도 단위 학교장의 수평적 리더십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교장의 배타적 권한만
강화된다"며 "수평적 리더십과 탈권위주의적 학교풍토 조성을 위해 외부초빙제나 보직제를 포함해 학교장 임용제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흥순 한국교총 정책연구소장은 "학교자치 논의가 내부 구성원의 민주적 권한 배분과 참여 보장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며 "그 이전에 교육과정, 인사, 재정 등에 관한 권한을 단위학교에 이양해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조 소장은 "교사회, 학부모회 등의 법제화는 학교운영의 민주성에만 경도돼 자칫 교육의 전문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학운위 심의사항 중 교육과정 운영, 교과서 및 교육자료 선정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항은 교원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사회 법제화는 교사 집단내 갈등 야기 및 교무중심 운영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현행 임의기구인 교무회의를 심의기구로 법제화해 교장과 교사가 중심이 돼 교육과정, 교과서, 수업 관련사항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결, 심의, 자문 등 학운위의 성격을 학교별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학교장이나 법인이사회와의 권한과 책임관계에서 갈등과 혼란만을 초래할 수 있어 제도화가 곤란하다"고 못박았다.
한편 주동식 전북교육청 교육국장은 "학운위에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권을 부여한 상황에서 학운위 교원위원의 다수를 교원노조가 점한다면 학운위와 교원노조의 권력화는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로 인해 학교내 공조직 위계와 도덕적 질서의 붕괴가 가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