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고려대가 일간지에 이 사진과 함께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라는 광고를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광고가 게재되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연아는 3월에 고려대에 입학했지만, 아직 등교조차 한 번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낳았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낀 것이다.
고려대는 지난해 말에도 주요 일간지에 ‘당연히 고대 경영이 서울대보다 좋아요!’라고 내용을 담은 정시 모집 광고를 게재하고 구설수에 올랐었다. 성균관대도 지난 해 글로벌 경영학과 신설을 하면서 연ㆍ고대 벽을 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는 모두가 우리 대학이 학생 교육에 대한 신념보다는 대학의 외형 키우기에 몰두한 결과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성공을 하고, 고등 교육에 대한 수요가 대폭 확대되었다. 그 틈을 이용해 대학은 양적 팽창을 위해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기타 학교의 외형 치중에 몰입했다.
결국 난립하는 대학은 서열화를 초래하고, 사회적 풍토 또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문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획일적인 문화가 만들어졌다. 언제부턴지 우리 대학이 스포츠 스타나 기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무리하게 입학시키고 그로 인한 동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러한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또 학문의 전당으로 불리는 상아탑이 경쟁 대학보다 수능 성적 평균이 높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어이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대학이 광고를 하면서 서울대보다 좋다는 것이나 혹은 연ㆍ고대 벽을 넘는 다는 것은 결국 수능 성적이 앞서는 아이들을 유치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대학이 교육을 통해서 재학생의 학문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포부는 없다. 불순한 의도로 장학금 등을 뿌려서 수능 성적이 높은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단순한 사고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대학은 비전도 없다. 비전이라야 고작 국내 대학 중에 ‘TOP10’, ‘TOP5’이거나 ‘사학 빅3’에 드는 것이다. 어떤 근거로 순위에 들겠다는 목표도 없다. 너 나 할 것 없이 7위권이니, 10위권이니 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서열화 대열에 드는 것을 비전이라고 발표한다.
대학은 눈앞의 성과만을 목표로 하다 보니, 교육 환경과 커리큘럼보다 양적 팽창을 위해 매진한다. 학교 규모를 늘리고, 캠퍼스를 여기저기 만들어댄다. 학사 행정이라는 것도 수능 우수 학생 선발에 집중하게 된다. 일단 뽑아놓은 재학생에게는 A+ 학점을 남발하며 학사 관리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
학사 관리가 투명하지 못한 것은 스타로 모셔온 재학생에서 절정을 이룬다. 입학 때부터 특혜를 주고,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도 공로상까지 주면서 졸업을 시킨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지다. 잘 나가는 운동선수는 재학 중에도 캠퍼스에서는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공학한림원 회장 윤종용이 최근 신문 대담에서 ‘대학이 전공 공부를 적게 시킨다.’고 한 말도 오늘날 우리 대학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은 것이다. 윤 회장은 ‘대학이 학생들에게 전공과 기초학문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않는다.’고 하고, ‘인도공과대학(IIT)은 전공 중심으로 180학점을 따야 졸업하지만, 우리 대학은 120학점 정도만 따면 졸업시켜준다.’며 대학이 충분히 가르치질 않는 상황에 대해서 말했다.
물론 대학이 사회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또 사회적 추세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이야말로 현재 사회적 추세를 뛰어넘어 인류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대학이 지식 창출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이념을 넘어 진리다.
이제는 질을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스타 학생에 대한 혜택을 전임교수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연구 풍토 조성, 그리고 학생 복지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수능 성적 우수 학생 선발보다 전공에서 잠재적인 역량을 발휘할 학생을 뽑아야 한다. 인성 중심 교육과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국제적인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으로 돌아서야 한다. 요란한 학교 이미지를 추구하기보다는 공부하는 대학의 이미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명문 대학일수록 쉬운 길을 버리고 대학 본래의 역할을 하는 형극의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